[전쟁2년 키이우에서] 심상찮은 최전선…"고향 부모 피신시켜야" 잠못 이루는 이들

입력 2024-02-22 11:30  

[전쟁2년 키이우에서] 심상찮은 최전선…"고향 부모 피신시켜야" 잠못 이루는 이들
아우디이우카 퇴각 전후로 우크라 수복 영토 러군 재점령 비일비재
현지 설문조사서 주민 57% "종전협상 해야"…장기전 피로도 속 항전의지 꺾이나


(키이우=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작년 여름 반격 작전으로 탈환했던 자포리자주(州) 영토의 진지들을 러시아군에 다시 빼앗기고 있다."
고향 자포리자인 키이우 시민 A씨는 21일(현지시간) 오전 이른 시각 군에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며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A씨는 행여 군 보안 등을 이유로 지인이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실명을 밝히기를 꺼렸다.
이날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 A씨는 "보통 전선 상황에 대해서는 외부에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사람인데, 오늘 아침 통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고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다급한 분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A씨가 불안을 느낀 것은 그의 부모가 전선에서 불과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자포리자 고향 집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에게 전장 분위기를 전한 지인이 "잠시라도 부모나 친척들을 이 지역에서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며 "엄마와 아빠가 도통 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고향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계셔서 걱정"이라고 안절부절 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4일로 만 2년이 되는 가운데 전반적 전황이 우크라이나군에 답답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약 1천㎞ 길이에 이르는 동남부 전선 중에서도 지난 17일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퇴각한 도네츠크주 격전지 아우디이우카 주변과 자포리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현지에서 접한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들의 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에 걸쳐 아우디이우카 북쪽 마을 포크로우스케 마을에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공격을 가했다.
전날에는 인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로켓에 맞은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다수가 잔해에 매몰됐다고 한다.
자포리자에는 러시아군 병력 약 5만명이 진군 중으로, 이날 낮에만 오리히우 마을 등지에서 500차례 넘는 공격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이 작년 가을 수복한 로보티네 마을에서도 러시아군의 돌파 시도를 막아내느라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군 지원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현역 군인들로부터 전황을 종종 전해 듣는다는 A씨는 "러시아군이 최근 여러 지역에서 화학무기를 썼다고 들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수적 열세에 몰린 데다 제공권(항공 전력이 적보다 우세해 적으로부터 큰 방해를 받지 않고 육해공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마저 제압당해 좀처럼 공세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방이 지원해준 방공망을 갖추며 개전 초기보다 비교적 안정된 수도 키이우와 달리 수시로 공습당하며 정전과 단수에 시달리는 최전방 지역들에서는 장기전에 지쳐가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방의 일부 마을에서는 수도 키이우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들을 향해 하루에도 수십명씩 기차를 타고 피란 행렬에 오르고 있다.
자포리자 지역 텔레그램 매체 '위 프롬 자포리자'에서는 이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하나'라고 물은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응답자 4천여명 중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가 44%였고, '종전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13%를 더하면 평화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반을 훌쩍 넘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완전히 사그라든 건 아니지만, 장기화하는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적지 않은 현지 여론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43%였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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