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엔 핵경고·국민엔 청사진…푸틴, 대선 보름전 126분 연설

입력 2024-03-01 00:10  

서방엔 핵경고·국민엔 청사진…푸틴, 대선 보름전 126분 연설
의회 국정연설서 사실상 차기정부 정책·공약 발표
"4대 경제대국될 것"…출산·고용·보건·교육 6년계획 쏟아내
도로변 대형스크린, 영화관에서도 생중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대선을 보름 앞둔 2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서방엔 강한 경고를 보내고 국민에게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였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먼저 거론한 주제는 최근 서방 진영을 들썩이게 한 우크라이나 파병론이었다.
그는 서방을 향해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대규모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언급으로 파문이 번진 파병론에 대해 서방 주요국이 즉각 부인했지만 푸틴 대통령에게도 국정연설에서 주안점을 둘 만큼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 변화였던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부레베스트닉, 사르마트 등 신형 핵무기를 열거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렇게 무겁고 무서운 주제가 다뤄진 시간은 초반의 약 20분 정도였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 시작 약 30분 후 "이제 시작이다"라며 농담하면서 '최장 시간 연설'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날 연설 시간은 126분으로 최장 기록이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경제 발전, 교육, 출산율과 건강, 과학기술, 환경,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6년 후 달성 목표'가 담긴 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다음 달 15∼17일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공약을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국정 계획을 설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연설 시작 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연설은 푸틴 대통령의 선거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부터 대통령이나 총리로 러시아를 통치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 집권 5기를 열어 2030년까지 임기를 6년 연장하게 된다. 대선 후보 중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푸틴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
그는 각종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도 러시아가 "가까운 미래에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4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난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주요 7개국(G7)보다 높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6년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산율이 낮은 지역의 가족을 지원하는 데 최소 750억루블(약 1조1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녀가 많은 대가족을 가족의 표준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2030년까지 최저 임금을 현 월 1만9천루블의 약 두 배인 3만5천루블(약 51만원)로 인상하고, 의료시스템 현대화에 약 1조루블(약 14조7천억원)을 투자해 평균 기대 수명을 현 73세에서 78세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학교와 유치원 개선을 위한 점검에 4천억루블(약 5조9천억원)을 투입하고, 러시아산 스쿨버스 구입에 660억루블(약 1조원)을 배정한다는 세세한 계획도 설명했다. 지역 스포츠 시설 건설에는 연 650억루블(약 1조원)을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다.
2030년까지 러시아 주식시장 시가 총액을 배로 올리고 핵심 분야 투자 규모를 70% 늘리며 최소 100개의 기술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데이터 경제' 국책사업에 6년간 7천억루블(약 10조3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트는 러시아에 봉사하는 사람들이지 1990년대 주머니를 채우던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참전 병사들에게 교육 기회를 우선 제공하는 등의 각종 예우 정책도 내놨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감옥에서 갑자기 사망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장례식 하루 전에 러시아의 각종 발전상을 쏟아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이들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헛된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모든 계획은 신중하게 정해졌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TV는 물론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 거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중계됐으며 영화관에서도 상영됐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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