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세제 폐기하는 나라, 1년 안에 모든 선박 떠나보낼 것"

입력 2024-03-12 12:57  

"톤세제 폐기하는 나라, 1년 안에 모든 선박 떠나보낼 것"
네덜란드 왕립선주협회 간담회…'해상강국' 도약 발판 마련한 톤세제
도입 후 국적 선원과 관련 산업 고용 늘어…"우리 모두의 안보를 위한 제도"



(로테르담=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톤세제는 전 세계 해운산업의 공평한 경쟁시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지시간 지난 6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네덜란드 왕립선주협회(KVNR) 사무실에서 만난 로데베이크 비세 협회 세무법률 담당이사의 말이다.
그는 "톤세제를 가장 먼저 폐기하는 그 나라는 1년 안에 자국 선박을 모두 다른 국가로 떠나보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톤세제는 해운기업이 운항한 선박의 순톤수(선박이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의 용적)에 기반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를 말한다.
해운기업들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산출하는 일반 법인세 방식과 톤세제 방식 중 각자 유리한 방식을 선택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현재 톤세제를 도입한 국가는 전 세계 26개국에 달한다.
네덜란드는 1996년 톤세제를 도입해 오늘날 주요 국가들이 시행 중인 톤세제의 기틀을 다졌다.
비세 이사는 "톤세제는 모든 것을 바꿔놨다"며 네덜란드가 해상강국 반열에 오르게 된 배경에 톤세제가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제1항구' 로테르담 항만을 중심으로 하천, 철도, 육로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물자를 이송하는 해상무역강국이다.



1900년대 중후반 글로벌 해운산업의 최대 이슈는 편의치적(FOC)이었다. 편의치적은 해운기업들이 세금 등 경제적 편의를 제공해주는 외국에 선박을 등록하는 관행을 말한다.
당시 파나마, 라이베리아, 온두라스 등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해운기업들은 자국에 선박을 등록하는 것이 비경제적인 행위라는 인식에 기반해 이들 국가에 선박을 등록했다.
비세 이사는 "90년대 초반 네덜란드 국적을 단 선박은 고작 300여척에 불과했다"며 "국내 등록된 선박 수가 가장 적었던 시기"라고 했다.
국적 선박 수는 해당 국가의 해운산업 규모와 경쟁력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국 통계청도 매년 주요 해운국의 지배선대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비세 이사는 "국적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협회가 제안한 것이 해운산업만의 특별한 세제인 톤세제"라고 말했다.



톤세제를 도입하자 네덜란드 국적 선박량은 빠르게 회복됐다.
도입 이후 5년 동안 네덜란드 국적 선박은 1996년 386척에서 2001년 591척으로 53%가량 늘었고, GT(선박 총톤수) 기준으로는 1996년 280만GT에서 2001년 400만GT로 42% 증가했다.
선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해양수산부의 '해운기업의 법인세제 개선 및 선박톤세제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국적 선원 고용은 1996년 1만443명에서 2001년 1만5천616명으로 49.5% 증가했다.
해운 산업 관련 고용인원도 1994년 2만2천781명에서 1998년 2만8천명으로 22.9% 늘었으며, 네덜란드 국적 선사의 수도 1996년 500개에서 2001년 670개로 34% 성장했다.
톤세제를 통해 단순히 국적 선박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 종사자, 인프라가 함께 발전한 것이다.
톤세제가 효과를 드러내자 유럽 곳곳에서 유사한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2004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 내 출혈경쟁을 방지하고자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해한 조세관행' 보고서를 통해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영국 등이 잇달아 도입한 톤세제에 대해 "유해한 조세 관행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비세 이사에 따르면 톤세제는 국제 해운활동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조세제도이며, 세부적인 톤세제의 형태는 각 국가가 자율적으로 설정한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여객 및 상품 운송, 해상 자원 개발·탐사 목적 등을 위한 선박에 대해 톤세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최근 연안에서의 풍력발전기 설치 등 보다 다양한 작업용 선박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톤세제를 5년 일몰제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의 톤세제는 사실상 영구적이다. 소득세법에 근거해 기본 10년 단위로 선사들이 신청한다.
비세 이사는 "네덜란드 국민들은 우리가 '해상국'이라는 걸 너무 잘 인지하고 있다"며 "톤세제는 우리 모두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win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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