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법정에 서는 중남미 전직 대통령들…부패? 정치보복?

입력 2024-03-13 07:00  

퇴임 후 법정에 서는 중남미 전직 대통령들…부패? 정치보복?
파라과이 前대통령, 기밀누설 혐의 기소…전현직 계파갈등 산물?
브라질·온두라스·페루·파나마서도 부패 등 혐의 줄줄이 법정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남미에서 한때 각국 정부를 이끌던 대통령들이 퇴임 후 기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체로 국정 수행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여부를 법정에서 가리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선 정의 구현을 넘어 후임 정권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정치적 보복으로 해석될 만한 여지도 다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 파라과이 전 대통령 '기밀누설' 등 혐의…"정치적 박해"
12일(현지시간) 파라과이 검찰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직권남용과 직무상 비밀누설, 무고 등 혐의로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52) 전 대통령(2018∼2023년 재임)과 전 정부 관료 8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베니테스 전 대통령 등은 2021∼2022년 사이에 당내 일부 고위층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하고 (피해자들과 연관된) 범죄 수사를 유도할 목표로 정부 기관 보고서를 유출하는 데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일간지인 ABC콜로르는 베니테스 전 대통령 측이 '제거 목표로 삼은 정적'을 오라시오 카르테스(67) 전 대통령(2013∼2018년)과 산티아고 페냐(45) 현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베니테스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만들어 내 나를 심각한 범죄 혐의자로 엮으려 했다"는 취지의 카르테스 전 대통령 측 고소로,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은 모두 70년 넘게 집권 중인 콜로라도당(공화국민연합당·ANR) 소속이지만, 당내 극심한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크게 '카르테스 전 대통령 파와 베니테스 전 대통령 파'로 나뉜 콜로라도당의 파벌 다툼 속에서 페냐 대통령은 카르테스를 후견인 삼아 지지세를 불려 지난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카르테스는 돈세탁, 마약 밀매, 담배 밀수 등 각종 부패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 주로 활동하는 악명 높은 카르텔과 연결돼 있다는 의심 속에 미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건데, 그런데도 카르테스 전 대통령이 아닌 베니테스 전 대통령이 기소된 배경에는 정치적 상황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카르테스 전 대통령 법률대리를 맡은 페드로 오벨라 발렌수엘라 변호사는 전날 현지 뉴스 프로그램인 '쇼데노티시아스'에서 "이번 사건은 정치적 박해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 브라질, 최근 20여년 집권 대통령 모두 '수난'
전직 대통령의 퇴임 후 기소는 브라질에서는 마치 '수순'처럼 굳어져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현 대통령은 과거 1·2기 정부를 이끈 2003∼2010년 이후 전투기 선정 과정에서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 각종 혐의로 수년간 옥중 생활을 했다. 나중에 그에 대한 유죄 선고는 모두 무효처리됐다.
지우마 호세프(76·2011∼2016년)·미셰우 테메르(83·2016∼2018년)·자이르 보우소나루(68·2019∼2022년) 등 전직 대통령들도 뇌물수수나 반란(쿠데타) 모의 등 각각 서로 다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거나 기소된 바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경우엔 재임 시절 부인과 함께 외국 순방을 하고서 귀국할 때 보석류를 밀반입하려 했다는 혐의 등으로 최근까지도 여러 차례 연방 경찰에 출석해 진술하기도 했다.




◇ 파나마·온두라스·페루…전직 3명, 한 교도소 수감되기도
파나마에서는 리카르도 마르티넬리(72) 전 대통령(2009∼2014년)이 언론·출판사 매입을 위해 자금 취득 경위를 거짓으로 꾸며냈다가 지난달 10년 8개월의 중형을 확정받았다.
그는 올해 대선 출마를 통해 재기를 꿈꿨으나, 중죄인에 대한 피선거권 박탈 규정으로 후보 자격을 잃었다. 현재 니카라과 정부로부터 망명 승인을 받아 파나마시티에 있는 니카라과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
마르티넬리 측근이었다가 갈라선 뒤 후임 대통령에 당선됐던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60) 전 대통령(2014∼2019년) 역시 뇌물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온두라스에서는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55) 전 대통령(2014∼2022년)이 마약 밀매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뉴욕연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페루에서는 전직 대통령 3명이 동시에 한 교도소에 복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종 인권 범죄로 실형을 받은 알베르토 후지모리(85) 전 대통령(1990∼2000년), 뇌물 혐의의 알레한드로 톨레도(77) 전 대통령(2001∼2006년), 쿠데타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는 페드로 카스티요(54) 전 대통령(2021∼2022년) 등이 그 불명예의 주인공이다.
이중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고령 등 이유로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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