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시세 괴리'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입력 2024-03-19 17:05  

[연합시론]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시세 괴리'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 때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기로 했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다. "무리한 현실화율 인상으로 크게 늘어난 부동산 세 부담을 공정과 상식에 맞게 조정하려는 취지"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집값 급등기에 시세 반영률을 급격히 높임으로써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치솟고, 이로 인한 보유세 부담도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0년 11월 제시된 이 로드맵은 공시가격이 실제 집값보다 지나치게 낮다고 봐 시세 반영률을 2035년 90%로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정부도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과 조세 형평성을 강조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주요 부동산 정책이 정부 교체로 불과 3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는데, 내세운 명분이 '공정, 상식, 형평성' 등으로 엇비슷한 점은 아이러니다.

제도 도입 당시에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공시가격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과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무려 67개 행정·복지제도의 기준과 지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 등에 대한 촘촘한 검토가 선행돼야 했지만, '집값 잡기용'으로 서둘러 시행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집값 오름폭에 현실화율 인상분까지 '플러스알파(+α)'로 더해 시장에 부동산을 내놓는 바람에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거나, 거꾸로 집값이 내려가도 공시가격은 오르는 역전 현상까지 생겼다. 부동산 외 자산이나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감당하기 버거워 "집 가진 거지"라며 '징벌적 과세'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돼 2035년 90% 수준이 되면 재산세가 6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사도 있다.

여러 상황이나 여건 변화에 따라, 또 집권 정부·여당의 국정 철학을 반영해 정책은 바뀔 수 있고, 끊임없이 탄력성을 갖고 개선되어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조세 부담과 규제 불편을 덜어주려는 현 정부 정책 기조로 볼 때 제도 손질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에도 공감한다. 그럼에도 민생 정책이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 정부는 공시가격 외에도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대거 지우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및 부담금 축소, 실거주 의무 유예, 그린벨트 해제 등이 그것이다. 정부가 유념할 점은 과거에도 이런 규제 완화가 결국 집값 폭등과 투기 등의 불쏘시개가 됐다는 것이다.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 제도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과세 기반이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을지, '부동산 불패' 인식이 굳어지지 않을지 등도 염려스럽다. 형평성 차원에서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 주택 등 지역·유형·가격대별 시세 반영률을 맞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 협의 과정에서 이들 문제를 다각도로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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