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솔직한 대화' 관계진전 시동 걸었지만…앞길은 험난

입력 2024-04-03 11:47  

미중 정상 '솔직한 대화' 관계진전 시동 걸었지만…앞길은 험난
경제 회생 전력 시진핑, 대선 전 '안정적 中 관리' 필요 바이든 모두 소통에 적극적
디리스킹·대만·남중국해 이견 팽팽…美재무·국무 방중협의가 '전략경쟁 관리' 가늠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작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4개월 만에 이뤄진 전화 통화로 솔직한 대화를 나눠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낳고 있지만, 현안 견해차가 커 앞길이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제 회생이 급한 시 주석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안정적인 '중국 관리'가 필요한 바이든 대통령이 소통했으나 결국 이견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대만·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는 물론 중국의 일방적 '러시아 편들기'가 난제로 꼽힌다.
이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통한 후속 협의에 눈길이 쏠리지만, 견해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 경제 회생 급한 習, 관계 개선 긴요…대선 앞둔 바이든 '中 관리' 필요
우선 중국 당국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관영 신화통신이 2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1시간 45분간 통화가 이뤄졌다고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필요가 더 컸다는 뉘앙스를 담은 것으로 보이나, 속내를 보면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냉기류에 이어 작년 초 '정찰 풍선' 사건으로 미·중 갈등과 대립이 증폭됐던 상황에서 미국은 블링컨 장관 방중(6월), 옐런 장관 방중(7월)에 이어 시 주석을 초청한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11월)을 하는 등 대화 재개에 적극적이었지만 현안 논의와 관련해선 미국은 공세, 중국은 수세였다는 데서도 기류가 읽힌다.
디리스킹이 단적인 사례다. 미국이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제품은 물론 기술에 대한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디리스킹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숨통을 죄고 있다. 이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여기는 미국이 중국의 미래 산업 발전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실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건설이라는 기존 발전 방식의 한계에 봉착한 중국이 첨단 반도체 산업과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이른바 '3대 신(新)성장동력'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미국의 디리스킹 봉쇄를 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헝다(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을 필두로 한 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와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제 회생이 시급한 시 주석으로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협력'을 구해야 할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은 다르지만,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득표에 유리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시 주석과 소통에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중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해야 할 처지다.

◇ 할 말 다한 두 정상 디리스킹·대만 문제 등에 팽팽히 맞선 입장
양 정상 간 전화 통화 후 신화통신은 "중미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고, 백악관은 "협력 분야와 이견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양자,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외교적 수사는 이견을 확인했을 뿐 현안에 접점을 찾거나 진전은 없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선진 기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디리스킹 정책의 지속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시 주석이 강하게 반발한 걸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의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려 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디리스킹으로 중국의 미래 산업 발전이 담보 잡힌 상황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도 않고 중국과 충돌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강조하는 등 이견은 분명했다.



최근 중국-필리핀의 잦은 충돌로 핫이슈가 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항행의 자유 수호 의지를 역설한 데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침략국인 러시아의 국방 산업 기지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강조해 주목된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해서 시 주석의 언급은 물론 중국의 입장을 전하지 않았지만, 중국으로선 난감한 처지로 보인다.

◇ 美 재무·국무 중국행 후속 협의…결국 '전략 경쟁 관리'에 초점
그럼에도 이번 바이든-시진핑 통화는 주요 2개국(G2)인 미·중 양국 간 '의미 있는' 관계 안정화 노력이자 '책임 있는' 위기관리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중국·북한 중심의 신냉전 대립 구도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G2 정상 간 소통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마약 퇴치 협력, 지속적인 양국 군대 간 소통, AI(인공지능) 관련 위험 완화, 기후 변화 대응 등의 현안에서 일부 진전을 이룬 미·중 양국이 이젠 디리스킹·대만·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도 이견 조율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과 중국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압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충돌과 대결을 불원하며 신중한 이견 관리로 존중하고 소통하자는 걸 핵심으로 한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차이점은 그대로 두다)를 역설한 점이 눈길을 끈다.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두 정상이 대화를 지속해 소통을 유지하면서 전략적인 경쟁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본다.
미 현지시간으로 3∼9일 예정된 옐런 미 재무장관과 수주 내로 예정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G2간 전략 경쟁 관리가 향후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지를 엿볼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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