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또 "남중국해 이면 합의" vs 필리핀 "조작"…진흙탕 싸움

입력 2024-05-10 10:44  

中, 또 "남중국해 이면 합의" vs 필리핀 "조작"…진흙탕 싸움
中, 전 대통령 이어 필리핀군 장성 녹취 공개…'영유권 분쟁' 토머스 암초 이면거래 거듭 주장
"中 공산당 악의적 영향력 행사…조작 가능 사안" 맞선 필리핀, 녹취한 中외교관 처벌도 요구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필리핀군 장성 육성이 담긴 남중국해 이면 합의 주장을 하고 나서자 필리핀이 '조작'이라며 맞서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이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6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 관할 필리핀군 서부사령부 알베르토 카를로스 사령관(중장) 육성이 담긴 전화녹음 내용 일부를 알리고 전면 공개 의지를 밝혔다.
이 전화 녹음엔 양국이 분쟁 중인 스프래틀리 제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운영과 관련해 "새로운 모델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필리핀이 필수 물자만 보내고 시설 보수나 건설은 하지 않기로 합의한 걸 바탕으로 새 운영 방안이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1999년 해당 암초에 좌초한 자국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물자를 보급해온 가운데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에는 중국과 마찰이 거의 없었으나, 2022년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이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최근 수개월째 필리핀 보급선을 물대포 발사와 선박 충돌 등으로 차단하고 있으며 필리핀도 강력하게 맞서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사안으로 부상한 상태다.



중국은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이전 정부 때 맺은 이면 합의마저 이행을 거부한다며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필리핀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이전 정권과 중국의 '이면 거래'에 대해 아는 바 없으며 국익에 반하는 합의가 있었다면 무효라는 입장이다.
필리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를 자국 영역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 2016년 중국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등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에 같은 해 집권한 '친(親)중국'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파고든 중국은 이면 합의를 통해 필리핀의 기세를 잠재웠으나, 친미 성향의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으로 상황이 확 바뀌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이 2002년부터 해양 행동강령 제정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동맹국인 미국과 연대를 강화해 중국의 남중국해 세력 확장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필리핀군 당국은 지난 8일 성명을 발표해 카를로스 중장의 전화 통화 녹음 공개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인 영향력 행사"로 규정하면서 "쉽게 조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대화를 녹음한 주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관 외교관에 대해 필리핀 외교당국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하고 불법 사실이 확인되면 추방 조치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필리핀군은 근래 3주에 걸쳐 이례적으로 자국 영해 밖 남중국해에서 실시한 미국 등과의 연례 '발리카탄' 군사훈련에서 사실상 '유사시 대만 탈환 훈련'까지 벌였다.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을 가정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은 화를 참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이 외교 문서 격인 필리핀군의 카를로스 중장의 전화 통화 녹음을 모두 공개하려는 비(非)외교적 조치를 불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중국 싱크탱크인 남중국해 탐사 이니셔티브의 후보 소장은 "필리핀이 중국과의 어떤 합의 이행도 거부하는 상황에서 나온 중국 대응이 해당 녹음 공개"라고 짚었다.
중국 남중국해 해양법률정책연구센터의 딩둬 부소장은 "이는 중국과 필리핀 간에 정치적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으며 서로 협력할 의지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외교가에선 토머스 암초 분쟁을 핵심으로 한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대립 사태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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