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중장기 수혜 기대…WTO 체제 붕괴로 큰 실익은 없을것"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개도국)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24일 밝히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장기적으로 농식품·소비재 등 수출에서 한국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WTO 체제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큰 실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날(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WTO 협상에서 더 이상 새로운 특별 및 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WTO 개도국 특혜 포기를 선언했다.
WTO는 개도국에 규범 이행 유예와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식량안보 등 일부 분야에 대한 보호 조치 등 특혜(SDT)를 제공하고 있다.
개도국 지위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이나 정의는 없다. WTO 가입국이 자기 선언 방식으로 해당 지위를 갖게 된다. 중국은 지난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부터 개도국 자격을 유지해왔다.

한국의 경우 1995년 WTO 가입 시 개도국을 선언하며 특혜를 누려왔지만, 2019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강한 압박으로 WTO 가입 25년 만에 개도국 지위를 공식 포기한 바 있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특혜를 받아왔는데, 농업 분야에서도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국내 농민단체, 국회 등의 반발을 샀다.
중국 역시 2019년부터 개도국 포기 압박을 받아왔으나 이를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발해왔다.
그러나 이번 개도국 특혜 포기로 수출입 관세,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등 부분에서 선진국보다 유리한 대우를 받던 것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한국이 중국과의 가격 등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부분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농식품·소비재 수출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중국 내 한국 기업의 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이번 조치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일방주의와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로 다자주의에 기반한 WTO 체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중국의 이번 조치가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은 WTO가 새로운 협상을 통해 무역 질서를 만들어가고 이를 위반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한 제재가 이뤄지는 등 WTO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기가 아닌 만큼, 중국의 개도국 특혜 포기가 세계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경제적인 부분에는 큰 의미가 없는 정치적, 상징적 행위로 봐야 한다"며 "한국에 미치는 영향 역시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원장 역시 "중국이 미국의 WTO 비판을 역이용하여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에 확보한 경제적 이점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은 중국이 개도국 '특혜'는 포기하지만, 개도국 지위와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차관)도 "중국은 항상 글로벌사우스의 일원이며, 항상 개도국과 함께 서 있다"면서 "다자간 무역 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WTO 개혁과 국제 경제무역 규칙 조정에 전면적으로 깊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번 개도국 특혜 포기는 중국이 글로벌사우스나 개도국들에 대해 중국이 새로운 다자주의 주도국이며, 미국은 다자주의의 일탈국이자 적이라고 선언하면서 미국보다 도덕적 우위에 서려는 전략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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