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SCMP 보도…핵전력 강화, 4중전회 승인 15차 5개년 계획에 포함
"세계 전략적 균형과 안정 수호" 문구 명시…핵 군축 입장 美의 반발 예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향후 5년간 미국·러시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핵무기를 확장하고 현대화하는 한편 2차 타격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이 지난주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승인된 제15차 5개년 계획기간(2026∼2030년)에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핵 능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SCMP는 중국의 핵무기 확장과 현대화의 명분으로 "세계 전략적 균형과 안정 수호"라는 문구가 20기 4중전회의 공식 문건에 명시됐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3일 발표된 '국민경제·사회 발전 15차 5개년규획(계획) 제정에 관한 중공중앙의 건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1년 제14차 5개년 계획 제안에는 중국이 "고도의 전략적 억제력"을 구축할 목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당대회 보고를 통해 중국이 "강력한 전략적 억제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통상 "전략적 억제력"은 핵무력을 의미하며, 이전에도 중국의 공식 문서에 종종 쓰였다.
SCMP는 중국이 핵무기 증강과 명시적으로 연결해 "세계 전략적 균형과 안정 수호"라는 문구를 공식 문서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티머시 히스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유지하면서, 그와 동시에 핵확산 금지를 통해 핵전쟁 위험을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고 짚었다.
히스 연구원은 그러면서 "중국의 목표는 미국과 동일한 수의 (핵) 탄두를 보유하기보다는 2차 핵 타격 능력을 갖추려 할 것이고, 이는 1천개의 핵탄두 확보를 의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에 대한 적의 공격을 억제하는 데 목적을 두지만, 자국 방어만이 목적인 중국은 핵 공격을 받은 후 보복 차원의 핵무기 공격 능력인 2차 타격 능력 확보에 치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현재 약 6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이후 매년 핵탄두 100개씩을 늘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비교할 때 미국은 총 핵탄두 5천177개와 그중 3천700개를 군용 비축량으로, 러시아는 핵탄두 5천459개와 그중 4천309개를 군용 비축량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게 SIPRI의 판단이다.
미 국방부도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 1천개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SIPRI는 중국이 2035년까지 최대 핵탄두 1천500개를 보유하더라도, 러시아와 미국의 기존 핵무기 저장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우보 중국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중국군 예비역 대령)은 중국의 핵무기 증강과 관련해 "어느 나라도 중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못 하게 하는 수준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방침은 이미 정해졌을 것"이라며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정한 기준 핵탄두 1천550개인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보유 핵탄두 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전략적 균형이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는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1천550개로 제한하고 핵탄두를 실어 발사할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폭격기 등의 수를 800개로 제한하는 핵무기 감축 조약인 뉴스타트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핵 군축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 핵 군축 협상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지속해 촉구해왔으나, 중국 당국은 핵전력 차이를 이유로 거부해왔으며, 지난 8월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미국의 핵전력은 같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육·해·공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적 핵 3축 체계'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공중 발사 장거리 미사일인 징레이(驚雷·JL)-1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JL)-3, 지상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61, DF-31BJ, DF-5C 등을 선보였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 전문가 자오퉁은 "제15차 5개년 계획에 들어간 (핵전력 증강과 관련) 새로운 표현은 중국이 핵 무력의 양적, 질적 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새 표현만으로도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국제정치 전문가인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중국의 전략적 역량은 급속히 발전해왔지만, 핵전력의 양과 질 측면에서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에 크게 뒤져 있다"면서 "격차를 줄이는 것은 길고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