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장악 성공시 유가 안정 기대↑…11월 美중간선거에도 영향"
무력분쟁 장기화하면 후폭풍 불가피…"잠재적 파급력 이라크 수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와 관련해 증권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지만 양국 간 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는다면 투자자산 전반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미군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카라카스의 안전가옥에 있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급습하기 전부터 베네수엘라는 일찌감치 국가부도 상태였다.
경제 규모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11% 수준으로 미미하고, 주식 및 채권시장도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결이 강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하면서 미군의 작전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까닭에 현재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 주요국 증시에 큰 영향이 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이대로 마무리될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단순히 남미의 한 독재국가에서 발생한 정치적 소요나 일시적인 정권교체 시도로 치부해서 안 된다"면서 "이는 세계 에너지 패권과 남미의 안보지형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원유 매장량 보유국으로서 베네수엘라의 잠재력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인 데다, 미국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카리브해 연안의 지정학적 요충지여서다.
하 연구원은 "베네수엘라 사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남미 경제에 '양날의 검'과 같다"며 "이곳에서의 정세 불안은 미국의 안보 전략과 직결되며 반대로 이곳의 안정화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도 "명분은 마약 테러 근절이지만 미국 석유기업들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하겠다는 메시지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미국 정유사 설비가 베네수엘라에 주로 매장된 중질유 처리에 특화돼 있음을 감안하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영향력 강화가 장기적으로 미국 에너지 안보에서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특히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물가로 인해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베네수엘라 장악이 에너지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란 기대를 강화시키는 카드로 이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중국은 원유담보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는데, 170억∼190억 달러로 추산되는 원유담보대출 잔여원금조차 회수가 불확실하게 됐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을 경우다.
하건형 연구원은 "베네수엘라 사태의 잠재적 파급력은 이라크 수준이 될 수 있다"면서 "마두로 친위대가 게릴라전으로 전환하고 군부가 분열되며 석유시설에 대한 사보타주(파괴공작)가 발생할 경우 공급쇼크 속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두로의 퇴진과 정권 이양 과정이 1989년 파나마 침공으로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축출했을 당시처럼 신속하게 될지, 아니면 2003년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장기간 혼란이 이어졌던 이라크 시나리오를 따를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연구원도 "미국이 추가적으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수행할지, 또한 장기전으로 연장될지 등이 중요한 잠재적 변수"라며 "향후 수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군부가 '항전 의지'를 꺾고 이탈하거나 조기 투항할지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번 무력개입이 미국의 고립주의와 중국과의 대결을 염두에 둔 더 큰 그림에서 나온 것이라며 세계 경제와 자산시장에 장기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홍철 DB증권[016610] 연구원은 "근본 원인은 남미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있고, 석유나 마약은 부수적 효과이거나 명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 제거에 성공한다면 다음은 태평양 전선에서 도련선을 매개로 지정학적 거부라인을 명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전시경제 체제가 만들어질 것이며 이는 경제와 자산시장에 지대한 테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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