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포함 연간 30조원대 투자 집행중
美 라인전환 사업성 낮고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한지은 김민지 강태우 기자 = 글로벌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연간 수십조원대의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관세 압박이 겹치며 투자 전략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내 공장을 짓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해 100% 관세를 물리겠다는 엄포를 놓은 데 따라 이미 진행 중인 대미 투자 규모를 더욱 늘려야할 압박을 받으면서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재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추가 투자에 나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밀어주기가 노골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갈수록 커지게 됐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해 대미 투자를 압박했다.
최근 대만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2천500억달러(약 370조원) 대미 투자를 고리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것도 국내 기업에 대한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자금을 총동원해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업체들이 추가 투자에 나서기엔 여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증권투자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캐펙스·CAPEX)가 지난해 34조원, 올해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7조원에 이어 올해 34조원으로 투자액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은 최근 신규 투자를 반영해 2026∼2027년 설비투자 전망치를 36조∼48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에서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을 위해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연말 가동 개시를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3나노(㎚·1㎚=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을 갖춘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달러(약 5조6천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30년부터 가동 목표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 6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동안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메모리 생산기지인 평택 P4(4라인)·P5(5라인)의 공사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00조원 규모의 용인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중장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총 4기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는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1기 팹을 건설 중이다.
또 최근 청주에 19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시설(P&T7)을 짓기로 결정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내 설비투자를 메모리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아이디어 역시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1공장은 파운드리로 라인 구축이 완료돼가는 상황으로, 당장 메모리로의 전환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2공장 부지는 메모리 라인으로 구축할 수도 있으나,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나 현지 인력의 숙련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사업성에 의문이 여전하다.
국가 경쟁력 핵심인 반도체 산업 공동화나 경제 안보 등을 고려해도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정책 변수에 따라 투자 전략이 흔들리는 것은 중장기 경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끊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엄청난 비용이 집행되고 있고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당장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 투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통상 외교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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