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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금 팔아 무기 사나…대통령 "EU 대출 안받아"(종합)

입력 2026-03-06 04:56  

폴란드, 금 팔아 무기 사나…대통령 "EU 대출 안받아"(종합)
구매처 제한에 반발…'중앙은행 금 거래로 자금조달' 아이디어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무기구매 자금 대출을 사실상 거부했다. 구매처를 제한해 미국과 안보협력에 방해가 되고 이자도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폴란드 PAP통신 등에 따르면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EU 대출 프로그램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보다 안전하고 이자도 없는 '주권적' 대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과 함께 만들었다는 자금조달 프로그램에 대해 "폴란드군의 장비 결정에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 부담도 없다면서 '폴란드 세이프 0%'라고 이름 붙였다.
폴란드 정부는 세이프를 통해 437억유로(74조2천억원)를 빌리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건 셈이다. 폴란드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거부하고 새 법을 제안하거나 헌법재판소에 보내 위헌 여부 심리를 요청할 수 있다.
세이프는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마련한 약 1천500억유로(254조7천억원) 규모의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이다. 이 돈으로 사는 무기는 원칙적으로 유럽산이어야 하고 EU와 유럽경제지역(EEA), 유럽자유무역연합체(EFTA) 소속 국가, 우크라이나 이외의 제3국 부품 비율이 35%를 넘을 수 없다. EU가 폴란드에 적용하기로 한 이자율은 3.17%다.


야당인 법과정의당(PiS) 등 우파 진영은 EU가 대출에 조건을 붙여 폴란드 내정에 간섭하고 자신들이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여기는 미국에서 무기 구매를 어렵게 한다고 비판한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최근 미국 군사작전이 미국산 장비의 효율성을 보여준다"며 미국산 무기가 유럽산보다 질적으로 낫다는 논리를 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중앙은행과 마련한 대안으로 EU 대출계획과 비슷한 규모인 1천850억 즈워티(73조5천억원)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금을 끌어다 쓸 건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담 글라핀스키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준비금을 쓰거나 국채를 매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이익이 날 경우 95%를 정부에 이전하게 돼 있다. 그러나 안제이 도만스키 재무장관은 "중앙은행이 고수익을 내 정부 예산으로 이전하면 아주 좋다. 그러나 3년간 단 1즈워티도 예산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앙은행이 금을 매각해 수익을 실현한 뒤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무기구매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금값이 비쌀 때 팔고 싸지면 다시 사들여 보유량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폴란드 중앙은행의 금보유량은 올해 1월 기준 543.3t(톤)으로 전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13위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2018년부터 전략적으로 금을 매집하기 시작해 보유량을 당시 128.6t에서 8년 만에 4배로 늘렸다. 2024년부터 국제금값이 폭등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걸로 알려졌다.
정부는 금을 사고팔아 차익으로 무기를 사는 방안을 투기라고 비판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금값이 오르면 상당한 손실 위험이 있다. 어떤 경우든 금값에 대한 투기다. 유럽식 세이프가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무기를 대거 사들여 방산시장 큰손으로 떠올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폴란드의 무기 수입은 이전 5년에 비해 508% 늘었다. 이 기간 수입한 무기의 45%가 미국, 42%가 한국산이었다.
폴란드는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과 군통수권을 갖고 행정부 수반인 총리와 권력을 양분한다. 민족주의 성향 역사학자인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EU의 각종 제도와 규제가 폴란드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유럽통합론자인 도날트 투스크 총리와 갈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가까운 사이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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