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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CNN '쿠르드족 지도'에 발끈…"왜곡된 시각"

입력 2026-03-09 19:22  

튀르키예, CNN '쿠르드족 지도'에 발끈…"왜곡된 시각"
CNN, 이란 사태 관련 쿠르드족 중동 4개국 분포 묘사
튀르키예 "쿠르드족 시민을 무장단체와 동일시해선 안돼"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충돌 과정에서 쿠르드족 개입설이 제기된 가운데 쿠르드족 분포를 묘사한 미국 CNN의 중동 지도에 튀르키예 당국이 공개 항의했다.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통령실 공보국 등에 따르면 CNN은 지난 5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란에서 민중 봉기를 증폭하려는 의도로 이란 내 쿠르드족 무장세력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그러면서 쿠르드족이 중동의 여러 국가에 걸쳐 거주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컴퓨터그래픽(CG) 지도를 제시했다.
이 지도엔 쿠르드족이 이란, 이라크, 시리아보다 튀르키예 동남부에 더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표현됐다.
튀르키예 대통령실 공보국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CNN 방송의 지도는 튀르키예와 인접국 일부를 '쿠르드족 거주 지역'으로 묘사하며 왜곡되고 단순화된 시각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공보국은 "튀르키예 각지에서 다양한 정체성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시민이 함께 살아가며 8천600만명 시민 모두가 공화국의 필수적인 구성원"이라며 "선택적인 지리적 묘사에 기반한 단순화된 접근법은 이런 현실을 왜곡한다"고 반발했다.
또 "쿠르드족 시민을 어떤 정치단체나 무장단체와 동일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의 다양성과 사회적 결속력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 당국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건 자국 인구 상당수가 쿠르드계이면서도 접경지의 일부 분리주의 무장단체와 갈등하는 복잡한 현실 탓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국내 소수민족 쿠르드족을 포용하는 정책으로 표심을 흡수해 지지 기반을 넓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기용한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장관 등 여러 각료가 쿠르드족이다.
반면 튀르키예 정부는 시리아·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하는 테러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쿠르드민병대(YPG) 등을 제압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폈다.
이들 단체가 접경지는 물론 이스탄불, 앙카라 등 대도시에서도 수차례 테러를 자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PKK가 튀르키예에 대한 무력투쟁 종식과 조직 해체를 선언하고, 시리아의 YPG 주축 시리아민주군(SDF)도 최근 임시정부에 밀려 미군 파트너 지위를 빼앗기고 입지가 축소되는 등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외부 불안 요소가 꽤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란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쿠르드족을 지원하게 된다면 다시 튀르키예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비상근 선임연구원 예레반 사이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튀르키예는 테러조직 PKK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성격이 다른 여러 역내 무장단체를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쿠르드족의 전선이 활성화되면 쿠르드 민족주의가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튀르키예 본토로 더 확산할 것이라는 튀르키예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쿠르드족이 이란 공격에 가세하는 방안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가 이틀 뒤 "쿠르드족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이같은 우려도 일단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알페르 조슈쿤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이 튀르키예의 안보 이익을 간과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중동 정책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 튀르키예의 우려"라고 짚었다.
쿠르드족 개입을 부추기는 배후에 '중동 분열'을 꾀하는 이스라엘이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 등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쿠르드족 무장단체들과 지난 1년간 소통해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슈쿤 선임연구원은 "튀르키예는 대규모 군사행동이나 대리세력을 이용한 외부 주도의 이란 정권 교체를 안정적인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다"며 "튀르키예를 경쟁 상대로 간주해 대립하려는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미국이 자제해 주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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