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주제로 미술과 공연 협업…지휘자 이얼 "상상 속 음악과 전시 이미지 비슷했죠"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세계가 참 소란스럽잖아요. 전쟁도, 분쟁도, 공포도 많고…. 제 작업이 '음과 양', '흑과 백' 이렇게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멀리서 보자면 '피스 콘서트'(Peace Concert)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설치미술가 양혜규는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 필하모닉과의 특별협업 프로그램 '엇갈린 랑데부'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엇갈린 랑데부'는 음악과 미술이 만나는 특별한 예술 협업 프로그램이다.
LA 현대미술관(LA MOCA)에서 양혜규 개인전을 통해 고(故) 윤이상을 주제로 한 작품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를 선보이고, 이를 보고 나면 바로 길 건너편 콘서트홀에서 LA 필하모닉이 윤이상의 '이중협주곡'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LA를 대표하는 두 예술기관이 협업한 것은 2003년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개관 이래 처음이다.
그 중심에 한국인 작곡가 윤이상, 설치미술가 양혜규, 한국계 캐나다인 지휘자 이얼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혜규는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 설치미술가다. 2017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 볼프강 한 상을 받았고,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2024), 덴마크 국립미술관(2022), 프랑스 퐁피두센터(2016)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양 작가는 이전부터 윤이상 작곡가를 탐구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는 "약 10년 전쯤 작곡가의 이름을 아는데 음악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 사람은 무슨 음악을 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을 위해 2024년 만든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를 먼저 골랐다. 윤이상의 '이중 협주곡'이 짧게 흘러나오고 채색한 블라인드 사이로 조명 2개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여러 형상을 빚어내는 작품이다.
이와 짝꿍을 이룰 작품으로 2015년 만든 '솔 르윗 뒤집기'를 함께 선보였다.
양 작가는 '더블'을 강조하며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이질적인 작품을 찾았다"며 "'솔 르윗 뒤집기'도 원래 한 점에서 만나는 작품이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두 지점에 만나도록 디스플레이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강조한 '더블'은 길 건너편 콘서트홀에서 완성된다.
LA 필하모닉 뉴 뮤직 그룹이 윤이상 작곡가의 '이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한국계 캐나다인 지휘자 이얼이 연주를 이끌고, 오보이스트 라이언 로버트, 하피스트 에마누엘 세이송이 협연한다.
관객들은 전시장에서 설치미술과 함께 '이중 협주곡'을 시각적으로 먼저 접하고, 도보로 5분 거리 콘서트홀로 이동해 이를 직접 듣게 된다.
이번 협업 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이얼은 협업 과정을 돌이키며 "처음 '이중 협주곡' 코드가 시작될 때 '쨍'하고 나오는 부분이 있다. 환한 빛이 쨍하게 비추는 것을 상상했는데, 전시를 보니 빛이 쫙 비추더라. 제가 생각한 것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공연 직전에도 양혜규 작가의 손길이 가미됐다.
양 작가는 "5분간 공연을 볼 마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조명과 빗소리, 바람 소리 같은 앰비언트(공감각적인 연주 음악) 소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LA 현대미술관 글로벌 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코리아 포커스 지원 프로그램의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린다·데이비드 샤힌 부부, 힐렌버그 일가가 후원했다. 전시 및 공연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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