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부터 수입 금지까지 가능…일각선 더 강력한 '슈퍼 301조' 부활 우려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개시한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의 근거 법률인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관행을 조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통상 압박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301조'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의 301∼309조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해당 조항은 상대국이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인, 또는 차별적인 법이나 제도, 관행 등으로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조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맡게 되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수입 금지와 같은 제재를 가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이어진다.
USTR은 조사에서 단순히 미국 기업에 직접적인 차별 대우를 했는지 등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보조금 지급, 지적재산권 보호 상황, 환경 규제 현황 등도 경우에 따라 비합리적인 무역 장벽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다만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경쟁법'에 따른 이른바 '슈퍼 301조'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슈퍼 301조는 무역법 301조를 강화한 것으로, USTR이 불공정 무역 국가를 선별해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한 다음, 집중적인 협상을 통해 압박하고 보복 조치를 벌이도록 한 법이다.
슈퍼 301조는 1989∼1990년 한시적으로 운영됐다가 폐기됐고, 이후 세 차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부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되살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최근 들어 무역법 301조를 주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활용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상황 등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 조사를 벌여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75%가 관세 대상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도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토대로 중국산 전기차에 100%, 태양전지 등에 50% 관세를 매기는 등 중국 견제에 활용했다.
1980년대에는 급성장하는 일본의 경제와 산업에 대응해 일본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에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한국도 그간 여러 차례 무역법 301조와 슈퍼 301조 조사 대상이 됐다.
외환위기(IMF) 직전인 1997∼1998년 자동차 수입 장벽 등을 문제 삼아 슈퍼 301조 상 PFC로 한국을 지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배기량이 높은 차량에 대해 높은 자동차세를 매기는 한국의 세제가 주로 2천cc 이상 대형차를 수출하는 미국에 불리하다는 내용 등이 근거였다.
당시 슈퍼 301조 발동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에서 O-157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시민단체·소비자단체 등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한미 간 통상갈등이 크게 심화했다.
결국 만 1년을 끈 협상 끝에 한국이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협상을 타결했다.
1996년에는 한국 정부가 민간 부문 통신장비 구매에 관여하고 있다며 한국을 PFC로 지정했다.
이에 앞서 1988∼1989년에는 소고기·담배·포도주 등 농산물 수입 개방과 외국인 투자 개방 등을 요구하며 슈퍼 301조가 발동됐고, 1985년에는 보험과 영화 분야에 대해 무역법 301조가 적용됐다.
최근에는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들이 USTR에 한국을 상대로 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USTR이 광범위한 301조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중복을 이유로 이 청원을 철회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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