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매체 "5명 구금, 주취자 1명 입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석유 금수조치로 악화된 정전 사태에 분노한 쿠바인들이 공산당 당사에 불을 질렀다고 로이터통신이 쿠바 국영 신문 '인바소르'를 인용해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3일 밤에 쿠바 중부 모론 시에서 정전과 식량 부족에 항의하는 평화적 시위가 시작됐다가 이튿날 이른 새벽 시간에 폭력 시위로 변했다.
시위대는 현지 당국과 공방을 벌인 후에 공산당 모론 시당 당사를 상대로 파괴행위를 저질렀으며, 몇몇 사람들이 건물 입구에 돌을 던지고 가구에 불을 질렀다고 신문은 전했다.
근방에 있는 약국과 시장 등 다른 국영 시설들도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쿠바 국영 매체들에 따르면 경찰은 5명을 구금했으며 주취자 1명이 넘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모론은 쿠바 수도 아바나로부터 약 400㎞ 동쪽에 있는 해안 도시로, 근처에 '카요 코코' 관광단지가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대형 화재가 촬영된 영상과 함께 배경에서 "자유"라고 외치는 목소리들이 들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건물 창문으로 돌을 던지는 영상이 올라왔다.
로이터는 이 중 한 건의 영상은 촬영 위치가 모론임을 확인했다며, 촬영 시기가 최근이라는 점은 알 수 있으나 정확한 촬영 날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에 도는 영상 중에는 총성이 들린 후에 카메라가 바닥에 쓰러진 사람의 모습을 비추는 것도 있으나, 쿠바 국영 매체는 "돌고 있는 이미지가 시위 현장을 보여주는 것은 맞지만, 총격으로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명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14일 소셜 미디어로 계속되는 정전에 따른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만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며 "파괴행위와 폭력은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미국의 석유 금수를 이유로 출석 수업 중단 조치를 내리자 지난 9일 아바나대 학생들이 교내 계단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최근 쿠바는 대중교통 운행을 대폭 감축했으며 이에 따라 출근과 통학이 매우 어려워졌다.
지난주에 아바나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장시간 정전에 항의해 솥과 냄비를 두드려 큰 소리를 내는 항의 시위를 소규모로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이래 쿠바에 대한 제재 압박을 강화하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쿠바 공급을 차단했으며, 쿠바에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들에 고액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쿠바 경제는 예전부터 식량, 연료, 전력,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어왔으며 미국의 추가 제재로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쿠바가 붕괴 직전이며 미국과 협상하고 싶어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으며, 쿠바 정부는 13일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항의 시위가 열리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그 중에서도 폭력시위는 더욱 드물다.
쿠바에서는 2019년 헌법 개정으로 시민들에게 시위할 자유가 부여됐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의 통과가 입법부에서 지연되고 있어 거리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불명확한 상태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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