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이란 협상 논의에도 이란 내 핵시설 잇단 공습
뉴욕증시 3대지수 급락 마감…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1.69%↓
韓증시 투자심리 지표 약세…코스피200 야간 선물 3%대 낙폭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난주 국내외 증시는 이란 사태발 유가 위기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갔다.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을 이미 한 차례 연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시한을 열흘가량 미룬 가운데 지금껏 조기 종전에 무게를 둬왔던 주요국 증시는 커진 불확실성 속에 금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42.33포인트(5.92%) 내린 5,438.87로 한 주 거래를 종료했다.
미국이 이란 원유수츨의 90%를 처리하는 페르시아만 하르그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더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부 인사가 금리인하에서 동결로 입장을 전환하면서 주초부터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다.
특히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내 발전시설을 초토화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코스피는 지난주 첫 거래일인 23일 6.49%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직후 이란과 '건설적 대화'를 재개했다면서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코스피는 24일 2.7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전쟁이 시작된 이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끊임없이 입장을 바꾸는 '양치기 소년' 같은 모습을 보인 까닭에 조기종전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중에는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이 공개한 새로운 인공지능(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가 국내외 반도체주 주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가했다.
터보퀀트는 AI 모델이 동일한 메모리로 최대 6배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에 시장에선 AI용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강세를 보여온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AI 모델의 효율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오히려 관련 산업의 발전이 더욱 빨라질 것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메모리 수요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26일 하루 동안에만 4.71%와 6.23% 급락하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 발전시설에 대한 공격을 또다시 열흘간 유예한다는 발표가 전해졌지만, 코스피는 약세를 이어갔다.
미군의 중동 증파로 군사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등 장기전 가능성에 차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투자심리를 제약했다.
이달 초 한때 80선을 넘어섰다가 지난 18일에는 50.23까지 내렸던 한국형 공포지수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4일 장 중 한때 63.48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60선 이상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인식한 듯 강력한 순매수를 이어갔다.
지난주(23∼27일) 유가증권시장의 투자자별 매매현황을 들여다보면 개인은 11조7천90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주부터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조3천544억원과 47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주간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산일전기[062040](3천817억원), 서울보증보험[031210](1천554억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1천2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천22억원), 삼성SDI[006400](771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주간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7조7천71억원), SK하이닉스(2조7천888억원), 현대차[005380](6천746억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2천614억원), 삼성E&A[028050](2천243억원) 등이다.

지난 27일 미국 뉴욕증시는 3대 주가지수가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73% 밀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1.67%와 2.15%씩 내려앉았다.
중재국으로 나선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과 관련한 조율을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조기 종전에 반대하는 뉘앙스를 보이던 이스라엘이 이란 내 핵시설 두 곳을 잇달아 공습하면서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7일 이란 중부 마르카지주 아라크 핵시설단지에 위치한 실험용 중수로 시설인 혼다브 중수 단지가 두 단계에 걸쳐 이스라엘군의 표적 타격을 받았다.
또 이란 원자력청은 이날 자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중부지역의 우라늄 가공 시설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이처럼 이란 전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미국 소비심리지수가 크게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부담이 됐다. 또 (미국 AI 기업) 엔트로픽의 신모델과 관련된 보도로 소프트웨어 업종이 또 다시 하락한 것 역시 지수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소비심리지수가 53.3을 기록하며 2025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4%에서 3.8%로 상향 조정되며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엔트로픽의 내부 자료유출로 존재가 드러난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 미소스(Claude Mythos)는 기존 모델을 크게 뛰어넘는 코딩, 추론, 사이버보안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는 대체로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0.83% 상승했으나, MSCI 신흥지수 ETF는 0.49% 내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69% 하락했고, 러셀2000지수와 다우 운송지수는 각각 1.75%와 1.06%의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3.15% 하락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 등락범위로 5,300∼6,000을 제시하면서 "전쟁 이슈 속에서도 미국 ISM 제조업 수주가 확장 국면을 유지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이란 사태로 부각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는 3월 고용지표에서 고용개선이 확인되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이란 전쟁 종식과 관계없이 전쟁 여파로 국방, 에너지 자립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부각된 이른바 '헤일로'(HALO·AI 대체 등 기술발전에 따른 사업적 수명 약화가 적은 대기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전력기기, 방산 등의 인프라 관련주가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3월 30일(월) = 제롬 파월 연준의장 하버드대 수업 토론
▲ 3월 31일(화) = 미국 3월 MNI 시카고 PMI, 미국 2월 JOLTS 구인공고건수, 중국 3월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 유럽 3월 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
▲ 4월 1일(수) = 한국 3월 수출, 미국 3월 ADP 민간취업자수 증감, 미국 2월 소매판매, 미국 3월 ISM 제조업지수, 중국 3월 레이팅독 중국 제조업 PMI
▲ 4월 2일(목) = 한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
▲ 4월 3일(금) = 미국 3월 비농업취업자수, 미국 3월 실업률, 미국 3월 시간당평균임금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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