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교통장관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국제법상 불가"

입력 2026-04-09 23:36  

오만 교통장관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국제법상 불가"
"인공운하 아닌 자연 통로…징수 법적 근거 없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 해협의 또다른 당사국인 오만이 이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9일(현지시간) 오만 관영 알위살 라디오 등에 따르면 사이드 알마왈리 오만 교통장관은 전날 슈라위원회(의회)에 참석해 "오만은 국제 해상 운송 협약에 모두 서명했으며 이에 따라 해협 통행에 어떤 수수료도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알마왈리 장관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인간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인공 운하가 아닌 자연 통로"라며 수에즈 운하 등과는 달리 통행료를 징수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현재의 혼란이 일부 국가들의 국제 협약 미준수에서 비롯된 '법적 공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과 미국 등 일부 국가가 특정 국제 해상법 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 때문에 해협 운영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마왈리 장관의 발언은 최근 이란이 전후 복구 비용 마련 등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나온 오만의 입장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둘러싼 이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을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토콜을 오만과 함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당시 "(앞으로) 전쟁 이전의 규칙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침략국과 그들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항행의 제한과 금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만 외무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 측과 차관급 회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폭이 좁은 구간은 약 21해리(약 40㎞)다. 국제법상 인정되는 양국의 영해(해안선에서 12해리)의 합보다 해협 폭이 좁아 공해(High sea)가 없다. 그래서 이 해협을 통과하는 배는 반드시 이란 또는 오만의 영해를 지나야 한다. 양국은 1974년 협약을 통해 등거리 원칙에 따라 영해를 중간선으로 나눴다.
전쟁 전까지 이 해협에선 국제해사기구(IMO)가 지정한 통항분리구역(TSS)에 따라 선박이 통항했다. 해협의 폭은 좁고 통과하는 대형 선박은 많기 때문에 사고 방지를 위해 바닷길을 도로의 상하행선처럼 구분한 것이다.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안으로 들어오려면 이란 영해에 근접한 북쪽 수로를, 나갈 땐 오만 영해에 근접한 남쪽 수로를 이용했다. 충돌 방지를 위해 이 두 수로 사이엔 약 3㎞의 완충 지대를 뒀다. 그렇지 않아도 폭이 좁은 데 대형 선박이 운항할 만큼 수심이 깊은 수역은 폭이 10㎞ 정도여서 남·북 수로 모두 폭이 3㎞에 불과하다. 남·북 수로의 상당부분이 수심이 비교적 깊고 암초 위험이 적은 오만 영해 안이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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