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인도주의 위기' 수단 내전…15만명 사망·1천200만명 피란

입력 2026-04-15 07:01  

'최악 인도주의 위기' 수단 내전…15만명 사망·1천200만명 피란
반군 공격에 작년 10월 사흘간 6천명 숨져…유엔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주의죄"
기아와 성폭행 만연…국제사회 원조 빈자리, 수단 시민단체가 스스로 메워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아프리카 동북부 수단에서 내전이 발생한 지 15일로 만 3년을 맞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구호단체는 지난 3년간 15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1천200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한 수단 내전을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평가하고 있다.
데니즈 브라운 수단 주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관은 지난 13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수단에서 성폭력과 이주,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는 왜 세계가 이에 대해 뭔가를 할 만큼 충분히 분노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잦은 내전과 정치적 불안이 이어져 온 수단에서는 2023년 4월15일 정부군과 반군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이 시작됐다.
양측 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대량 학살이 발생했고 기아와 성폭력 등이 만연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는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란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위기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년간 수단의 고통(suffering)은 레바논과 가자 지구, 우크라이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며 "톰 페리엘로 전 미국 수단 특사는 사망자가 40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고 지난 8일 보도한 바 있다.
대표적인 학살은 지난해 10월 RSF가 정부군의 서부 최후 거점이던 북다르푸르주 주도 알파시르를 점령할 때 벌어졌다.
RSF는 지난해 10월 26일 1천명이 대피해 있던 알파시르 대학의 한 기숙사에서 총격을 가해 약 500명을 살해했다. 이 대학 다른 시설에서도 5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600여명을 죽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RSF가 사흘간 최소 6천명을 살해했다며 이는 전쟁범죄는 물론 '인도주의에 반한 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대량 학살 외에도 성폭력, 납치, 고문 등이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유엔 수단 사실조사 독립임무단은 RSF가 알파시르 점령 때 비아랍계인 자가와족과 푸르족이라는 특정 인종 집단을 조직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았고 이들에게 심각한 신체·정신적 손상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집단을 파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살해, 성폭력 등을 저질렀다며 이는 '집단 학살'에 해당한다고 규탄했다.

시민들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집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약 4천900만명인 수단 인구의 25%가량인 1천200만명이 자국 내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나 이집트, 남수단, 차드 등 주변 국가로 탈출했다.
정부군과 RSF의 구호 활동 방해와 약탈로 국제 사회의 원조가 제대로 난민 캠프 등 현장에 닿지 못하고 있으며, 식량난도 사상 최악의 수준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천만명 이상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내전에서 약자인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무차별적인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단 일부 지역에서 강간과 성폭력이 일상의 일부분이 되고 있다"며 "강간은 이번 분쟁을 규정하는 특성"이라고 밝혔다.
MSF가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부 다르푸르 지역의 MSF 지원 시설에서 치료받은 성폭력 피해 여성 3천396명의 증언을 분석한 결과, 56%는 땔감이나 물을 찾거나 들에서 일하는 등 일상생활 중 범죄를 당했다.
10대 청소년이나 어린이 등도 피해를 봤으며 성폭행 뒤 살해당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다르푸르는 RSF의 근거지로, 성범죄를 저지른 다수는 반군 군인들로 알려졌다.
MSF는 보고서에 "비아랍계 지역 여성들이 조직적인 공격 목표가 됐다"며 "다르푸르에서 인종적인 공격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성폭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내전 중 설상가상 콜레라 등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면서 공중보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또 의료 시설마저 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이달 "수단 인구의 41%에 달하는 2천100만명이 생존을 위해 긴급 의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WHO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료 시설을 대상으로 217차례 공격이 가해져 2천52명이 숨지고 810명이 부상했다.
WHO는 지난해 10월 RSF가 장악한 알파시르의 사우디산부인과 병원에서 환자를 포함해 460명 이상이 반군에 살해당했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다.
피란 등의 이유로 수단의 학령기 아동 1천700만명 중 1천300만명은 현재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전했다.
국제사회 지원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단의 시민 자원봉사단체가 동포를 돕고자 발 벗고 나섰다.
2019년 30년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서 출발한 자원봉사자 네트워크인 '긴급대응실'(Emergency Response Rooms)은 지역 사회나 기부자의 지원을 받아 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키거나 물과 의료 등 필수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시리아의 민간구호단체 하얀헬멧처럼 일부 자원봉사자가 피살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효율적이고 자생적인 구호 노력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고 FT는 지난 8일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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