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찰, '이주민 용병' 동원해 다른 이주민들 내쫓아"

입력 2026-04-14 15:49  

"그리스 경찰, '이주민 용병' 동원해 다른 이주민들 내쫓아"
영국 BBC 보도…조직적 이주민 불법활용 정황에 성폭력·약탈 의혹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그리스 경찰이 조직적으로 이주민들을 활용해 육로로 자국에 들어오려는 다른 이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BBC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자사가 확보한 경찰 내부 문건과 관련자 인터뷰 등을 근거로 그리스 경찰이 포섭해 관리해온 이주민들이 '용병'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공권력을 대신해 국경을 넘어오려는 이주민들을 내쫓았고, 그 과정에서 폭행과 약탈 등 각종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리스에는 지난 2015년 이후 100만명 이상의 이주민이 유입됐다.
대부분은 지중해 해상 경로를 통해 들어왔지만, 에브로스강을 따라 약 200㎞에 걸친 형성된 튀르키예와의 육상 국경을 통해서도 상당수 이주민이 들어왔다.
한 경찰 소식통은 BBC에 '용병'들이 매주 수백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국경 밖으로 쫓아내는 데 동원됐다면서 "에브로스 일대서 일하는 군인, 경찰 중에서 강제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난민 심사 등 적법한 절차 없이 국경에 도착한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를 국경 밖으로 강제로 내쫓는 일은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파키스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지 출신의 이주민들로 이뤄진 '용병'들은 단순히 국경을 넘어오려는 이주민들을 쫓아내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주민들을 협박·폭행하고 스마트폰과 현금 등을 갈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는 보도했다.
그리스 경찰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붙잡힌 이들에게 합법 통행 서류 발급 등을 대가로 '용병' 일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모로코인 마르완은 자신이 이주민들로 가득 찬 그리스 감옥에 있다가 현지 경찰관에게 불려 나가 제안을 받고 '용병' 일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리스로 넘어온 이주민들을 붙잡아 소형 배에 실은 뒤 다시 튀르키예로 실어 나르는 '뱃사공' 일을 했다면서, 다른 이주민들에게서 빼앗은 휴대전화나 유로화를 정기적으로 자신을 포섭한 그리스 경찰관에게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그리스 경찰이 관리하는 '용병'들이 폭력과 갈취는 물론 여성 이주민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3월 BBC와 인터뷰에서 이주민 '용병'을 동원한 강제 밀어내기 의혹에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리스 당국은 이번 보도에 관한 서면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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