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신호 차단해 보안 조치한 듯…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 등엔 적색경보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금 기존 투숙객들을 다른 호텔로 옮기고 있습니다. 지침은 내려왔습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세레나 호텔' 측면 외부 주차장 입구에서 건물 외관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려고 하자 보안요원들이 손을 휘저었다. 옆에 있던 호텔 직원들도 영어로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성급인 이 호텔은 지난 11∼12일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밤을 새워가며 20시간 넘게 1차 종전 협상을 한 곳이다.
이는 양국이 1979년 외교관계를 단절한 이후 47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회담이면서 동시에 2015년 이란 핵 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린 공식 대면 협상이었다.

평소 꽉 찬다는 호텔 외부 주차장은 이날 텅텅 비어 있었고, 호텔 안팎에는 이미 현지 경찰관들도 배치돼 있었다.
호텔 정문 쪽으로 차를 돌린 뒤 차단기 앞에 있는 보안요원에게 "약속이 있어 왔다"고 둘러대자 별다른 제지 없이 문을 열어줬다.
차를 타고 오르막길을 올라 호텔 건물 입구에서 내렸을 때 투숙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보안 검사 후 호텔 안으로 들어가 로비에 있는 직원에게 "객실 예약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지금은 안 받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기존 투숙객들도 다른 호텔로 옮기고 있다며 환급은 안 되고 호텔 변경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호텔 직원은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회담이 언제 열리냐"는 물음에는 "곧(soon)"이라고만 답했다.

이 호텔 직원의 말처럼 2차 종전 회담이 곧 파키스탄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줄곧 약하게라도 잡히던 휴대전화 로밍 신호가 호텔 건물 주변에서는 뚝 끊겼다. 보안 조치를 이미 한 것으로 짐작됐다.
이곳에서 렌터카를 운영하는 한 업체는 이번 협상 대표단을 위한 차를 준비하라는 정부 측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날 밤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 숙소까지 기자의 이동을 도와준 운전기사가 갑자기 이날 바뀌었다.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미국 대표단인지 이란 대표단인지는 우리도 모른다"며 "그 운전기사가 대표단 차를 운전해야 해서 다른 운전기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과 인근 라왈핀디에 있는 누르 칸 공군기지 주변의 주요 지역에는 이날부터 적색경보도 발령됐다.
이 같은 조치는 항공편으로 라왈핀디에 도착할 협상 대표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레나 호텔 인근 G7 구역의 압바라 시장에는 평소 휴일과 달리 이날은 유난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파키스탄인 라작(36)은 "미국과 이란의 2차 회담이 곧 열린다는 소식이 방송이나 소셜미디어(SNS)에서 계속 나와 사람들이 일부러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나왔다가 통제 구간에 묶이면 4∼5시간은 기본으로 도로에서 꼼짝도 못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수용한 뒤 1차 종전 회담을 했으나 결렬됐고,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는 21일(이란 현지시간 기준 22일)을 마감 시한으로 잡고 물밑 협상을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재개될 경우 최대 쟁점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호르무즈 해협 개방, 대이란 제재 해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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