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한국 등 주요국 증시는 전쟁 뒤로 한 채 연일 최고치 행진
'K자형 성장' 배경 지목…'전쟁 추경', 가계소비 방파제 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이란 전쟁의 어둔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나 홀로 불장을 이어가며 온도차를 보인다.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2026년 4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한 91.7로 집계됐다.
지난달 4.8포인트 급락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2024년 12월(-9.8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인 데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한국은행 측은 제조업 수출전망 개선에도 일반 소비자들의 가계 수입 및 지출 전망이 악화하면서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주된 배경으로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꼽힌다.
2월 말까지만 해도 7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현재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기준 배럴당 120달러 근방까지 치솟았다.
이달 초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이후 브렌트유 선물은 한때 배럴당 86.09달러까지 급락하며 안정 조짐을 보였으나,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이 불발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자 급등세를 재개했다.
유가가 오르면 전반적인 물가를 밀어 올리는 동시에 가계소득과 기업비용에 영향을 미쳐 성장둔화 및 실업률 상승을 유발한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국 증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동발 노이즈 속에서도 끝없이 오르며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란 사태 발발 직후 전 세계 증시 중 최대 낙폭을 보인 것이 거짓말인 양 지난달 21일 전쟁 이전 최고점을 돌파한 데 이어 28∼30일에는 3거래일 연속 장중 6,700선을 터치하며 '7천피'에 도전 중이다.

이처럼 체감경기와 여의도의 온도차가 커진 핵심 배경 중 하나로는 반도체에 기댄 'K자형 성장'이 꼽힌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산업이 급격히 재편되면서 초호황에 돌입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후 잇따른 위기에도 한국 경제를 굳건히 떠받치고 있다.
AI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 패권을 거머쥘 것이란 전망 속에 미국과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AI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반도체 호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번 전쟁에선 미군이 AI를 정보 분석과 작전 수립에 활용하고, 이란은 중국기업의 AI 위성 이미지 플랫폼으로 중동내 미군기지를 정밀 식별해 타격하는 등 AI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반도체 이외 산업은 상대적으로 저조하고, 가계 경제는 고물가와 고용 약화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모습이다.
전체적인 경제지표는 견조하더라도 업종별, 경제주체별로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형' 경제로의 이행이 이란 사태 여파로 더욱 가속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여경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기타 업종의 마진 스퀴징은 2분기에 가장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며 2분기 에너지 수입물가가 전년 대비 +7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2년과 달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유가 상승을 상쇄하며 교역조건은 방어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30% 이상 증가하며 강력한 확장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부의 26조2천억원 규모 '전쟁 추경'과, 이에 포함된 6조1천억원 규모의 소비보조금이 2분기 고용 둔화 국면에서 가계소비의 방파제가 돼 줄 것이란 기대가 거론된다.
K자형 성장에 따른 경제 양극화를 당장 멈추진 못하더라도 이에 따른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는 추경으로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한계기업에 산소 호흡기를 대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첨단산업과 벤처 육성에 힘쓴다는 계획이지만 고용 증가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2025년 서비스업 고용 확대를 이끌었던 보건/복지, 운수/창고, 도소매업 부문 확장세가 둔화했고,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고용은 위축세"라면서 "정부 정책으로 보건/복지 부문 고용확장은 가능하겠으나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은 플러스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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