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부통령 또 탄핵안 가결…상원이 최종 심판

입력 2026-05-11 20:54  

필리핀 두테르테 부통령 또 탄핵안 가결…상원이 최종 심판
부통령측 상원 지도부 장악…기각 가능성 커져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라이벌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필리핀 대선 주자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작년에 이어 2번째로 가결돼 탄핵심판을 받게 됐다.
필리핀 하원은 11일(현지시간)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255명, 반대 26명, 기권 6명으로 통과시켰다.
필리핀 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하원에서 전체 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을 받으면 상원으로 넘겨져 최종 탄핵심판을 받게 된다.
상원의원 24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해임되고 평생 공직에 취임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탄핵안은 두테르테 부통령의 예산 유용·뇌물 수수 의혹과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암살 음모 등의 혐의를 담고 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4년 11월 자신이 피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발언,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그는 마르코스 대통령 등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탄핵안을 주도한 비엔베니도 아반테 하원의원은 "이것은 2028년 대선이나 정치적 동맹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는 우리가 여전히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믿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두테르테 부통령 변호인단은 성명을 내고 "부통령을 변호할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다면서 이제 혐의 입증 책임은 고발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작년 2월에도 거의 비슷한 혐의를 담은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절차상 문제로 인해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같은 해 8월 상원에서 보류되면서 사실상 기각됐다.
이는 작년 5월 총선에서 두테르테 부통령의 아버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진영이 선전한 이후 탄핵 동력이 크게 약해진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상원에서 두테르테 부통령 측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표결을 거쳐 비센테 소토 현 상원의장을 해임하고 두테르테 부통령의 오랜 측근인 앨런 피터 카예타노 의원을 상원의장으로 선출, 상원 지도부를 장악했다.
이들은 상원 과반인 13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카예타노 의장이 탄핵심판 진행을 맡게 되면서 이미 한 차례 좌초한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안의 전망은 한층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마닐라 산토토마스대 정치학과 학장인 데니스 코로나시온 교수는 상원의 새로운 구성을 고려하면 탄핵안이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다만 "필리핀 국민은 부패를 정말 싫어한다"면서 탄핵심판 과정에서 두테르테 부통령의 부패에 대한 증거가 나올 경우 그의 대선 가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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