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2' 쏘아올린 푸틴…전략무기 경쟁 불붙었다

입력 2026-05-17 06:21  

'사탄2' 쏘아올린 푸틴…전략무기 경쟁 불붙었다
핵 군축 빗장 풀리자…러, ICBM 시험 발사 과시
미국은 작년 핵무기 시험 재개…'속도전' 중국
북한·이란도 비대칭 전력 강화…'무법지대' 되나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주요 핵 강대국들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개발 등 군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사이 유일한 핵 군축 협정이었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지난 2월 연장되지 못하고 종료되면서 핵보유국들의 군비 증강 빗장이 풀린 상태다.
여기에 북한과 이란도 미사일 비대칭 전력 강화에 열을 올리면서 전략무기 개발을 둘러싼 글로벌 무법지대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 뉴스타트 종료 석달 만에…ICBM 시험 발사 과시한 푸틴
러시아는 이달 12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마트'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전략 무기체계 역량을 과시했다. 러시아는 사르마트를 올 연말까지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증강을 억제하던 마지막 가드레일인 뉴스타트가 만료된 이후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러시아에서 나온 첫 발표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서방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사탄2'라고 부르는 사르마트는 1988년부터 운용된 R-36M2 '보보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한 번에 10여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마트 시험 발사를 보고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직접 "이 미사일은 준궤도로도 이동할 수 있으며, 사거리는 3만5천㎞가 넘고 정확도가 두 배로 높아져 현재와 미래의 모든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뚫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사일 체계"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남극대륙을 지나는 발사 경로를 통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핵 억지력을 극대화했다는 경고로 읽혔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산 공중 발사 탄도미사일 '킨잘'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극초음속 미사일로 소개되는 킨잘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 핵무기 시험 재개한 미국…3세대 ICBM 개발 현장도 전격 공개
중국이 제외된 뉴스타트에 불만을 표시하며 러시아의 연장 제안을 걷어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발 앞서 핵 억지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0월 30일 "다른 국가들의 시험 프로그램"을 명분으로 핵무기 시험 재개를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 러시아, 중국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 엿새 만에 미군은 ICBM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했다. 사거리 9천600㎞에 이르는 미니트맨3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 무기체계다.
한 달 뒤인 작년 12월에는 미국 공군이 3세대 ICBM인 LGM-35 '센티넬' 개발 현장과 지하 발사시설인 사일로를 전격 공개했다. 주요 정보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현재 미군의 주력 무기체계는 미 전역에 약 450기 배치된 2세대 ICBM 미니트맨3가 주축이다. 미군은 이를 센티넬로 대체해 현대화하겠다며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군은 지난달 차세대 폭격기 B-21 공중 급유 사진을 공개하는가 하면, 이달 들어서는 극비 정보로 분류되는 핵잠수함 위치와 관련해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이 지브롤터에 당도했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 폭격기 등 미국의 핵전력 3축 전반에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 중국의 속도전…'괌 킬러' 이어 '비장의 무기' DF-27까지
중국은 올해 초 뉴스타트 연장 논의 때 "중국의 핵전력은 미·러와는 전혀 같은 차원에 있지 않다"며 군축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핵전력을 국가안보에 필요한 최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공개적인 입장이지만, 핵탄두 비축과 미사일 개발 상황을 보면 이를 뛰어넘는 전력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은 기존에도 둥펑(DF)-5, DF-31, DF-41 등 여러 ICBM 기종을 개발해 운용해왔지만, '비장의 무기'로 알려진 DF-27의 경우 전략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여타 미사일과 달리 대함 공격 등 재래식 능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DF-27은 사거리 약 5천∼8천㎞로 미국 하와이와 알래스카, 본토 일부까지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2021년 보고서에서 이 미사일을 처음 언급했고, 작년 말 보고서에서는 DF-27가 실전 배치된 것으로 처음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사거리 약 3천500㎞의 '괌 킬러' DF-26, 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중단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DF-17 등이 중국 동부 해안 기지에 대대적으로 확대 배치돼 대만을 겨냥한 위협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인공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핵탄두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2030년까지 1천기가 넘는 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텔스 전략폭격기 H-20, 사거리 1만5천㎞의 SLBM이 탑재될 수 있는 096형 핵잠수함(중국명 탕급) 등이 개발을 마치면 미국에 견줄만한 핵전력 3축이 완성될 수 있다.


◇ 북한, 러와 밀착하며 도발 이어가…이란도 미사일 개발 박차
북한은 ICBM을 비롯한 여러 장거리 무기체계 개발과 시험 발사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미사일 도발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한 직후인 지난달 19일이었다. 잠수함 기지가 있는 신포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여러 발 쏘아졌는데, SLBM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때에는 신형 ICBM 화성-20형이 선보였다. 이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ICBM 확보를 목적으로 개발 중인 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화성-20형의 이동식 발사대에는 중앙 기립 장치가 설치돼 러시아의 것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4년 10월부터 북한이 러시아에 군을 파병하며 양국의 군사 밀착이 심화하는 흐름이 확인된 사례로 평가됐다.
러시아의 또 다른 우방인 이란은 파타-1을 기반으로 극초음속 활공체 탄두를 탑재하는 파타-2, 기동 가능한 탄두와 종말탐색기가 달린 카셈바시르, 2t(톤) 집속탄두를 사용하는 호람샤르 등 각종 미사일을 끊임없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전쟁 국면에서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미사일 기지와 발사대 등에 큰 타격을 입고도 여전히 상당 부분 작전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역량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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