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국 가격상한제…40개국 유류세 인하 등 세제 혜택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 해외 주요국들도 우리나라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사한 고유가 대응 정책을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일일 해상 석유 교역량의 25%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주요국 정부들이 시장 자율에 맡기는 대신 시장 개입을 선택한 것이다.
17일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의 '중동 분쟁의 영향 및 해외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57개국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매가격 상한제, 연료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시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분석을 토대로 작성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사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는 일본, 헝가리, 체코, 태국, 폴란드 등 16개국에 달했다.
일본은 휘발유 소매가격을 리터(L)당 170엔(약 1천600원)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태국 역시 석유 가격이 L당 30바트(약 1천377원)를 초과하지 않도록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다.
헝가리는 과거 폐지했던 가격 상한제를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재도입했다. 체코는 일일 가격 상한제와 더불어 주유소의 최대 마진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디젤 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시장 가격 결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대만은 국영 석유회사(CPC)를 통해 유가 상승폭을 제한하고 4월 첫째 주부터는 소매가격을 동결했다. 프랑스 또한 정유사의 자발적인 가격 상한 도입을 유도하는 동시에 마진율 제한을 검토 중이다.
유류세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총 40개국은 유류세 인하를 통해 시장에 개입 중이다.
스페인은 유류세를 유럽연합(EU) 허용 최저 수준인 경유 L당 0.33유로(약 575원)까지 낮추고 부가가치세도 21%에서 10%로 인하했다.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웨덴 등도 일제히 유류세를 인하하며 국가 재정을 투입해 가격 방어에 나섰다.
영국은 유류세 인상 계획을 연기하는 동시에 주유소의 폭리 등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시장 점검을 강화했다. 미국은 연방 유류세 일시 중단 법안을 발의하며 시장 충격 완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 각각 정부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수요 관리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4월 말까지 전 세계 40개국이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시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도입된 정책은 절약 캠페인(30건)과 수송부문 운행 제한(25건)이다. 공무 출장 제한 14건, 재택근무 장려 13건, 냉방 온도 제한 8건이 시행되고 있다. 학교·대학 운영시간 조정 사례도 6건에 달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의 대응 강도가 높았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은 재택근무·냉방 제한·공무 출장 제한·학교 운영시간 조정·절약 캠페인·수송 제한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연료 부족에 따른 극심한 전력난 속에 국가 차원의 에너지 비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백민호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은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혼란이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더 이상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소비자 지원과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정책을 국가 주도로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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