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의혹' 조사 규명 한계…휴대폰 제출 거부·기록 멸실

입력 2026-05-26 12:27   수정 2026-05-26 13:28

'스타벅스 의혹' 조사 규명 한계…휴대폰 제출 거부·기록 멸실
고의성 입증 근거 미확보에 판단 유보…메신저 보존 기한 7일에 초기 대화 유실
담당팀 5명 전원 직무배제 조치 속 경찰 수사로 이관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김세린 기자 =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핵심 의혹에 대한 서류·물증 검증이 미비해 실질적인 해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 총괄 부사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정용진 그룹 회장의 사과문 발표 직후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행사 업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과 결재 라인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 핵심 기획자 5명 중 3명 디지털 검증 거부…법적·절차적 조사 한계
이번 내부 감사의 핵심 분수령은 스타벅스코리아 경영진 및 실무진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해당 마케팅을 고의로 기획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은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의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조사 대상 임직원들의 비협조와 회사 자체 조사의 권한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를 진행한 그룹 측은 이벤트를 주관한 커머스팀 전원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결재 체계에 대해 휴대전화 및 노트북 포렌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작 '탱크데이' 명칭을 최초 제안한 직원을 포함해 커머스팀 직원 5명 중 3명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구체적인 행위자나 고의성 여부를 명확히 특정하지 못한 채, 해당 실무진 5명 전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인사 조치를 마무리했다.
전 부사장은 "대상 임직원들이 고의성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법적·절차적 제약으로 인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조사의 불완전성을 인정했다.



◇ 사내 메신저 기록 유효기간 7일…실무자 진술 의존한 판단 유보
마케팅 최초 기획 단계에서 실무진 사이에 오간 세부 대화 내역 역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이 보안 및 용량 관리 정책상 회사 서버에 일주일 동안만 저장되는 구조여서 초기 기획 기록이 이미 멸실됐다고 해명했다.
물적 증거 확보가 차단되면서 그룹 측은 문제가 된 표현에 대한 실무자들의 구두 진술에 의존해 판단을 유보했다.
실무자들은 조사에서 '책상에 탁' 등 논란이 된 문구에 대해 "단어의 운율감을 맞추는 과정이었다", "일부 문구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추천을 받은 것"이라며 사전에 5·18 민주화운동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실무진의 이러한 해명을 그대로 발표에 반영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실질적인 고의성 여부 판단은 현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진행 중인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로 공을 넘겼다.

◇ 제조사 해명 위주 인용…사전 리스크 관리 검증 체계 부재 지적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탱크 텀블러' 명칭 및 503㎖ 용량 스펙 의혹에 대해서도 해외 제조사의 기성 제품 명세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룹 측은 해당 제품이 물탱크에서 착안해 명명됐으며 지난 2023년부터 호주와 태국 등 해외 시장에서 동일한 용량 규격으로 판매돼 온 지표를 제시하며 고의성 의혹을 부인했다.
결국 이번 신세계그룹의 발표가 조사의 한계와 핵심 증거의 유실 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재 라인에서는 승인 서류의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무검증 사례가 적발되는 등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의 결함도 나타났다.
인하대 이은희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단순 직무배제를 넘어 외부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검증위원회나 자문단을 구성해 이벤트와 문구의 사회적 의미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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