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제3국으로 이민자 송환' 잠정합의…우파 강경책 현실로

입력 2026-06-02 12:03  

EU '제3국으로 이민자 송환' 잠정합의…우파 강경책 현실로
유럽 역외에 난민 수용거점 설치 …인권단체 '트럼프식 추방' 반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럽연합(EU)이 1일(현지시간) 망명 신청을 거부당하거나 출국 명령을 받은 이민자를 임의로 정한 제3국으로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에 잠정 합의했다.
EU 회원국들이 사전에 협정을 맺은 제3국에 이른바 '송환 거점'을 세워 이민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유럽에서 반이민 기류가 번지고 있는 와중에 강경책이 현실화하는 것으로, 이민자들은 연고가 없는 곳의 송환 거점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인권단체가 강하게 반발해왔다..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송환 거점을 지어 추방 난민을 수용해주는 비(非)EU 국가에 재정적 보상이나 비자 발급 우대 등 혜택을 줄 공산이 크다.
이번 합의는 유럽의회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민자가 실제로 출국하는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번 규정을 제안한 EU 집행위원회의 설명이다.
EU 이민당국의 송환 절차에 불응하는 이민자는 복지 혜택 및 취업 허가 박탈, 과태료, 입국 금지 등 조치를 당할 수 있으며, 벌금형이나 징역형 등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민당국은 안보 위협이 되거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민자를 최장 30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다.
소지품 압수, 미성년자 구금, 생체정보 수집, 가택 수색 등도 가능하다.
EU 의장국인 키프로스의 니콜라스 요아니데스 이민부 부장관은 잠정 합의가 이뤄진 후 "새 규정은 송환 절차를 가속화하고, EU에 체류할 법적 권리가 없는 사람들의 송환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규정에는 당국이 '관련 시설'까지도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이민자 가정이나 시설에 대한 무차별 수색이 가능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은 작년에 비정규 이주민 유입이 재작년 대비 26% 감소했고 올해 1∼4월에 무단 국경 통과가 전년 동기 대비 40%나 줄었음에도 이번 강경책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규정 통과를 위해 중도 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소속 의원들이 극우 성향의 유럽보수개혁당(ECR) 그룹 등과 입장을 조율해가며 이례적으로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국들 중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그리스 등이 이번 강경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스페인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은 영국과 이탈리아의 전례를 들어 제3국 송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영국은 보수당 집권기인 2022∼2023년에 불법 입국한 난민 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유럽 인권재판소(ECHR), 영국 대법원 등에 의해 제동이 걸렸으며, 노동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이 방안을 폐기했다.
이탈리아는 EU 비회원국인 알바니아와 2023년 말에 협정을 맺고 알바니아에 수용소 2곳을 만들어 지중해에서 구조된 이민자들을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법원의 제동으로 실제 진행은 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EFE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은 27개 회원국 내무장관 회의에서 전반적 방향이 정해진 뒤에도 유일하게 새 EU 규정 추진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규정 통과에 대해 인권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했던 것처럼 무리한 단속과 대규모 구금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합의는 작년에 나온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유럽의회(EP)를 대표하는 의원들과 각 회원국 정부 대표들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앞으로 EU 회원국 정부들과 EP의 공식 승인을 받아야 규정이 발효된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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