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발부 1년 9개월만…한-필리핀 공조 성과
"정의의 심판 받을 것"…李대통령 "필리핀 당국에 감사"

(서울·하노이=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박진형 특파원 = 2016년 필리핀에서 한인 사업가 고(故) 지익주씨를 납치·살해한 전직 필리핀 경찰관이 9일(현지시간) 약 1년 9개월 간의 도주 끝에 붙잡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5분께 필리핀 마닐라에서 사건의 주범이자, 전직 필리핀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인 라파엘 둠라오가 필리핀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존빅 레물라 필리핀 내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마닐라 수도권 케손시티의 한 주택에서 권총 한 자루를 옆에 둔 채 잠들어 있는 둠라오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은 제보를 받고 소재를 파악, 3주 정도 감시한 끝에 둠라오인 것을 확인하고 체포에 나섰으며, 그는 잡혔을 때 저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둠라오는 2016년 10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 앙헬레스시에서 하급자인 현직 경찰관 2명과 함께 마약 단속 작전을 가장, 지씨를 자택에서 납치한 뒤 경찰청 주차장으로 끌고 가 살해했다.
그는 2023년 1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가 2024년 2심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법원이 체포영장을 곧바로 발부하지 않은 상황을 틈타 형이 집행되기 전 도주했다.
필리핀 당국은 2024년 9월 둠라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에 나섰으며, 약 1년 9개월 만에 체포했다.
레물라 장관은 둠라오 체포 작전이 "정부의 법 집행과 법원 판결 이행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그는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둠라오 체포와 관련해 100만 필리핀페소(약 2천480만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제보자들의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필리핀한국대사관, 코리안데스크, 필리핀 경찰청 간 긴밀한 공조 끝에 범인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씨 사건은 필리핀 내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양국 간 주요 현안으로 다뤄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동포간담회에서 지씨 사건과 관련해 "빨리 범인을 잡아달라고 요청했고, 마르코스 (필리핀)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대한민국도 체포에 역량을 투입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수개월간 추적 끝에 우리 국민을 살해한 현지 전직 경찰을 드디어 체포했다"면서 "애써주신 필리핀 당국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필리핀 당국 외에 "경찰, 국정원, 외교부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레물라 장관은 "지익주씨 살해 사건은 '토캉 작전'을 남용한 결과"라면서 "토캉이 (경찰) 요원들에게 법적 절차 없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너무 많이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마약 용의자의 집을 두드려 마약 범행을 중단하도록 설득한다는 뜻의 '토캉'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2016∼2022년 재임) 당시 '마약과의 전쟁'의 핵심 작전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를 초래,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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