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이드카 발동…코스피 4.5% 급락, 공포지수도 최고조
협상 타결 임박했다더니…미군 보복공습에 이란 미사일 발사 응수
일본·중국 물가지수 고공행진도 투자심리에 악영향 미쳤을 수도
전문가 "급락 원인 특정 어렵다…'무조건 분할매수' 국면 아냐"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난 5일 '검은 금요일'을 시작으로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급등락을 반복하며 극도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0% 넘게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이 얽혀있는 복합적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66.11포인트(4.52%) 내린 7,730.82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2.43% 내린 7,899.77로 출발한 지수는 곧장 7,996.68까지 오르며 '8천피' 회복을 시도했고, 이후에도 7,800선을 지지선 삼아 버티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장중 8.62%까지 출렁이다 내림폭을 줄이며 1.93% 약세 마감한 분위기 속에 개인을 중심으로 유입된 저가매수세가 하단을 떠받치는 모습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약 15년간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유가와 국채금리가 하락한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정오를 전후해 코스피는 급격히 낙폭을 확대하기 시작해 한때 6.86% 내린 7541.11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005930]는 6.06% 내린 30만2천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000660]도 7.54% 내린 204만8천원으로 마감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 명단에서 또다시 이탈했다.
코스피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5.54% 급락한 데 이어 이번 주 첫 거래일인 8일에도 8.29%의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급반등과 저가매수 유입에 힘입어 8.18% 급등했으나, 이날은 다시 급락을 재개했다.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선 매일 같이 시장 안전장치가 작동했다.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매도·매수 사이드카의 경우 지난 4거래일간 도합 6차례(코스피 4건·코스닥 2건) 발동됐으며, 8일에는 양 시장 모두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 각각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됐다.
그 결과 코스피는 현재 급락 이전인 이달 4일 종가 대비 10.52%, 코스닥은 9.35% 내린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안정되는 듯 했던 시장이 갑작스레 급락한 주된 배경으로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종전 기대감 후퇴가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파치 헬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 이란내 주요 군사시설 등을 겨냥한 폭격을 감행했고, 이란도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를 상대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만,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한국시간 오후 3시 47분 현재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전장보다 0.44% 내린 배럴당 87.81달러에 거래되는 등 유가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날 발표된 일본 5월 기업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한 134.5를 기록하고, 중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동월 대비 3.9% 오르며 컨센서스(3.8%)를 웃돈 것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뜩이나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수치가 나오자,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커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간밤 미국 반도체주와 이날 한국 증시 급락에 대해 "'V자 반등'도 '단순 변동성 장세'도 단정하기 어렵다"며 "문제의 본질은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전쟁이 원인이었던) 5월까지의 조정과 달리 이번에는 진앙이 불분명한데다 매크로까지 얽혀 단일 인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점을 미리 단정해 모두 비울 국면은 아니지만 '이익이 안 꺾였으니 무조건 분할 매수'라고 할 국면도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날 91.23포인트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89.17까지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VKOSPI 90포인트에서 이론상 산출되는 일간 예상 주가 등락률이 ±5.7%인데, 현실에서는 지난 2거래일간 ±8%대 등락률을 보였다"면서 "파생상품시장에서 극단적 가격변동성을 프라이싱했는데도 실제 주가 변동성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최근 지수 변화가 무질서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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