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인근 공습에 이란, 美 겨냥 "약속이행 의지 없다"
트럼프, 이스라엘-헤즈볼라에 공격중단 촉구…"임박한 합의 날리지 말자"

(카이로 워싱턴=연합뉴스) 김상훈 조준형 홍정규 특파원 =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및 비핵화 관련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레바논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변수로 떠올랐다.
자신의 80세 생일인 14일(현지시간)에 이란과의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인근 공격을 비판하면서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하는 등 합의에 미칠 악영향 차단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자국 영공에 무인기(드론) 3기를 들여보냈다는 이유로 1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교외에 위치한 헤즈볼라 표적을 겨냥해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한 것으로 레바논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이란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을 겨냥했다.
이란의 종전 협상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이 자국의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거나, 혹은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백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어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묵인하면서 이란에 양보를 압박하는 이른바 '역할 분담' 전술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만약 미국이 스스로 맺은 약속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앞으로의 여정(종전 협상)을 계속 이어가는 것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브라힘 레자에이 이란 의회 외교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엑스(X)에 "당신들(미국)이 합의나 양해를 원한다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부터 통제해야 한다"며 "미친 개(rabid dog)'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당신들의 다리를 물어뜯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반발하면서 '다 된 밥'처럼 보였던 미-이란 합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바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아침 베이루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우리가 이란과의 평화 합의에 매우 가까워진 특별한 날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위협에 맞서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그것(이스라엘)이 대응한 (헤즈볼라의) 공격은 매우 작고 의미 없는 것이었다. 다친 사람도 없다"며 "이 중요한 절차(미국-이란간 MOU 체결)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레바논을 포함해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합의에 매우 가까워져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모든 당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레바논 어디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더는 있어선 안 된다. 헤즈볼라를 포함한 다른 어떤 당사자도 이스라엘을 더 공격해선 안 된다"며 "이것은 길고 아름다운 평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기회를) 날려버리지 말자"고 자제를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비판하고, 각 측의 자제를 촉구한 것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충돌이 미-이란 합의를 깨는 악재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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