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규정상 경기 참여국 언어와 영어로만 기자회견 가능
뿔난 중남미 축구팬들…기자회견장 스페인어 사용 제지에 '황당'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질문은 영어나 일본어, 네덜란드어로만 해 주세요. 스페인어 통역이 없습니다."
13일(현지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장.
한 기자가 미드필더 프렝키 더용에게 스페인어로 질문하자 FIFA 관계자가 곧바로 이를 제지했다.
FC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더용은 "괜찮다. 스페인어로 답하겠다"고 말했지만, FIFA 측은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더용은 영어로 답변해야 했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중남미 축구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논란은 이미 하루 전부터 예고됐다.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스페인 매체 기자가 영어로 질문을 시작하자 비니시우스는 "스페인어로 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그는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러나 스페인 기자는 머뭇거리며 규정상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고, FIFA 관계자 역시 영어로 질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니시우스는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영어 동시통역용 이어폰을 착용한 채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며 FIFA의 언어 운영 방침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어 모로코 대표팀 주장 아슈라프 하키미의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벌어졌다.
멕시코 기자가 스페인어로 질문하자 FIFA 관계자는 즉각 "영어로 해야 한다"며 이를 강하게 제지했다.
그러자 스페인 마드리드 태생인 하키미는 "그가 스페인어로 질문하면 내가 영어로 답하겠다"며 기자를 옹호하듯 그를 향해 질문을 계속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결국 기자는 스페인어로 질문하고 하키미는 영어로 답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처럼 FIFA가 스페인어 사용을 제한한 것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영어와 해당 경기 참가국 언어에 대해서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부 운영 방침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축구사랑이 특별한 중남미 팬들 사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멕시코가 미국, 캐나다와 함께 이번 대회 공동 개최국인데다 스페인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중 하나이며 미국에서 '제1 외국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경직된 규정이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월드컵에서 스페인어를 사실상 금지한 셈",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의 공식 언어도 지원하지 못하느냐", "비싼 티켓값은 받으면서 통역 비용은 아끼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팬들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통역 서비스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FIFA가 시대에 뒤떨어진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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