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본드 발행 사상 최대…"위안화 국제화 의지와 맞물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중국 위안화가 수십 년간 글로벌 저금리 조달통화 역할을 했던 일본 엔화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외국 정부와 월가 은행,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국내 채권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긴축 페달을 밟는 사이 중국 '판다본드(Panda Bonds)'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몰려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표시 채권인 판다본드는 해외 발행자가 중국 역내 시장에서 파는 채권이다. 무엇보다 중국과 서방의 금리 격차가 벌어진 것이 판다본드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기본적으로 옛 엔화 아이디어와 같다. 싼 조달 통화"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판다본드를 발행하는 외국 은행들은 1.7∼2.2%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반면 달러 시장에서는 4.5∼5.5%를 내야 한다. 2∼3%포인트의 금리 절감 효과다.
무디스는 "핵심 동인은 금리 격차"라며 "위안화 조달이 달러보다 훨씬 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발행이 급증했다. 카자흐스탄·파키스탄 등의 정부,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금융기관, 폭스바겐·헨켈 등 다국적 기업들도 가세했다.
무디스 등의 집계를 보면 6월 둘째 주까지 발행액은 1천371억위안(약 30조7천억원)을 넘어 1년 전보다 80.4% 급증했다.
5월 발행액은 266억4천만위안(약 5조9천억원)으로 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환점은 중국 당국의 자본규제 완화다.
과거에는 중국 안에서 위안화를 조달해도 본토 밖으로 자금을 내보내기가 어려워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에만 매력적이었다. 나티시스의 에레로는 "과거에는 자본 유출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중국이 이제 준비됐고 위안화 국제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 판궁성 총재도 이날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중국 채권을 담보로 위안화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 조치를 발표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 기업들에도 선택지를 넓혀주고 있다.
일부 한국 금융기관은 이미 판다본드를 발행한 바 있으며,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도 달러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위안화 조달 확대를 검토할 유인이 생긴다.
미국 지정학 리스크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댄 왕 중국 디렉터는 "월가 은행들은 국제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위안화 차입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산운용 리서치업체인 Z-벤 어드바이저스의 피터 알렉산더는 "판다본드 시장은 베이징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의 핵심 일부"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연준의 매파적 FOMC 결과로 미·중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판다본드 매력은 한층 커졌다.
다만 분석가들은 금리 격차 급격한 축소, 위안화 변동성 확대, 중국 규제당국의 예상치 못한 정책 전환 등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