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구금 필리핀인 24명 양국 정상회담 후 석방

입력 2026-06-22 12:31  

러시아, 구금 필리핀인 24명 양국 정상회담 후 석방
이민법 위반 청소부 등 9개월 만에 귀국…마르코스, 푸틴에 직접 요청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뚜렷한 친미 노선을 걷고 있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에 9개월 이상 구금됐던 필리핀인 24명이 석방돼 귀국했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인콰이어러·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작년부터 동시베리아 야쿠츠크에서 구금돼 있다가 풀려난 필리핀 국민 24명이 전날 항공편으로 필리핀 마닐라 항공에 도착했다.
여성 22명과 남성 2명으로 구성된 이들이 본국에 돌아오자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과 한스 리오 칵닥 이주노동부 장관이 공항에서 이들을 맞았다.
이들의 석방과 귀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카잔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을 통해 성사됐다.
러시아·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이들 필리핀인이 어떤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는데도 장기간 구금돼 있다면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 문제를 몰랐지만 조사를 약속하면서 "걱정하지 말라.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고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했다.
회담 이후 러시아 당국은 이틀 만에 이들의 석방을 신속하게 처리했으며,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협력해줬다"면서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풀려난 이들은 해외 노동자들로 불법 모집책들에 의해 러시아에 입국했다가 작년 9월 이민법 위반으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칵닥 장관은 이들 대다수가 청소부로 일했으며, 일부는 제3국에서 일하다가 러시아로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러시아에서 노동자로서 합법적인 서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민 관련 조사 대상이 돼 결국 추방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다수는 취업비자로 입국했으나 취업 허가·고용 계약을 얻지 못했고 이민 등록 절차를 마치지 못했으며, 일부는 관광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칵닥 장관은 이들이 불법 모집책의 피해자라는 관측과 관련해 "법무부·사법 당국과 협력해 이들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들에게 귀국과 지방 등 귀가에 필요한 교통편을 무료 제공했으며, 앞으로도 고용·생계를 지원하는 등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방침이다.
필리핀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전역에는 약 1만5천 명의 필리핀인이 노동자 등으로 합법적 체류 중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은 2022년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일본 등 서방과 군사 동맹·방위 협력을 부쩍 강화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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