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격할 여지 없을 정도로 대이란 협상력 상실"
네타냐후 호시탐탐 반항…공화당에선 "외교정책 실패" 비판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서두르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란은 전쟁의 정치적 후폭풍 때문에 대응력이 떨어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매파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의 종전 로드맵이 자국에 크게 불리하다는 점에 불만을 품고 협상판을 뒤엎으려는 도발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협상 흐름 때문에 미국의 중동 우방과 미국 공화당 강경파들에게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고충은 이란이 협상에서 공세를 강화할 때마다 점점 확연해지고 있다.
이란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문제 삼아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된 후에도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미국을 겨냥한 이란의 이 같은 압박은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파열을 봉합한 채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중동 담당 선임 분석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반격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에 압력을 가하려면 본질적으로 전쟁을 재개하거나 해상 봉쇄를 다시 부과해야 하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하고 싶어 하는 결과를 포함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밀러는 미국이 이란을 억제할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과도하게 약화했기 때문에 이란이 더 강경해졌다고 진단했다.
애초 이란은 정권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군사적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전쟁을 최대한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 신정체제는 전쟁에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내부 결속까지 다지는 성과를 거두면서 미국에 대한 저항에 자신감을 키웠다.
미국의 중동 내 최고 동맹국이자 전쟁 파트너인 이스라엘도 미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키우고 있다.
당장 이스라엘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에 레바논에 대한 군사작전 중단이 포함된 것을 두고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 북부와 국경을 맞댄 국가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최대 안보위협인 헤즈볼라를 전쟁을 통해 빈사에 빠뜨렸으나 해체한다는 목표가 좌절될 위기를 맞았다.
이스라엘 정가에서는 미국의 레바논 휴전 요구가 이스라엘에 대한 주권 침해이자 굴욕이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교체 요구를 거두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도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혀 울분이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군의 레바논 남부 주둔을 고집하며 헤즈볼라와 교전으로 종전 합의를 저지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10월 총선에서 집권을 연장하려면 전쟁을 계속하려는 연립정권 내 극우정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처지다.
그 때문에 미국 정보당국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걸프 지역 우방국들 역시 이란이 세력을 회복해 확장해가려는 추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물가상승을 비롯한 이번 전쟁의 여파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8%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대응 방식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우파 진영에서도 미국이 이번 합의에서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빌 캐시디(공화·루이지애나) 연방 상원의원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를 두고 "최근 수십년간 최악의 외교정책 실수"라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애초 전쟁을 혈세 낭비로 지목해 반대한 만큼 전쟁 여파에도 민감하고 부정적인 태도를 노출하고 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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