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합의 급한 美·돈 절실한 이란…협상판은 안깼지만 험로 예고

입력 2026-06-23 06:46   수정 2026-06-23 08:12

핵합의 급한 美·돈 절실한 이란…협상판은 안깼지만 험로 예고

핵합의 급한 美·돈 절실한 이란…협상판은 안깼지만 험로 예고
美부통령, 'IAEA 사찰'에 "중대 이정표"…이란은 "새 약속 없었다" 반박
향후 사찰 범위 논의 진통 예고…여타 비핵화 중대 쟁점은 논의 못한 듯
美 원유제재 면제·달러 결제 허용으로 이란 숨통 틔우며 유화조치 촉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스위스에서 열린 첫 후속 협상에서 미국과 이란이 우여곡절 끝에 합의 도출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핵합의가 급하고 이란은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각자 합의의 유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란의 핵보유 저지와 관련한 중대 쟁점들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놓인 상황에서 미국의 원유판매 제재 면제가 시행돼 이란의 숨통이 일단 트이게 됐다.
미국의 협상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취재진에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이란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미국인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게 정확히 우리가 이루고 싶었던 것이고 이뤄지기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다른 핵협상에서도 여러 대단한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핵협상을 위한 60일간의 후속협상 기간을 설정하고 체결된 이란과의 MOU를 두고 미국 내에서 항복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첫 후속협상부터 핵문제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부각해 논란을 진화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핵사찰의 범위와 수위는 여전히 난제다. 비핵화는 기본적으로 현재 이란이 확보한 우라늄과 농축시설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란으로부터 제한 없는 대폭적 사찰을 끌어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밴스 부통령도 미국을 돌아오는 길에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이란에) 사찰단을 들이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이란이 사찰단에게 실제로 뭘 할 수 있게 해줄지는 지켜볼 것"이라며 계속해서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IAEA 사찰' 성과에 쐐기를 박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앞으로 오랫동안 '핵 투명성(Nuclear Honesty)'을 보장하기 위해 주요 무기 사찰을 수용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벌써부터 '딴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은 2015년 핵합의 당시 국제사회의 사찰을 허용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핵합의에서 탈퇴하자 사찰을 제한했고 작년 6월 미국의 핵시설 공격 후에는 사실상 중단시켰다.
IAEA 사찰단의 이란 내 활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핵합의 탈퇴 탓에 크게 위축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IAEA 사찰단의 이란 복귀는 사실상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합의로 되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이 이번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및 레바논 관련 분쟁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합의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충돌로 MOU가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갈등완화 기구를 설치하고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사고와 오판 방지를 위해 연락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MOU 체결 후 첫 고위급 협상에서 판이 깨지지 않고 어느 정도의 협상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협상의 진전이라기보다는 MOU 체결 당시 정리되지 못한 부분의 '뒤처리'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더욱 까다로운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어야 했으나 양측은 이미 해결됐어야 할 주제들을 해결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 것 같다"고 평했다.
이란의 IAEA 사찰 허용에 방점을 찍는 미국과 달리 이란은 동결자금과 제재 해제에 신경이 집중돼 있다.
첫 고위급 협상 종료에 맞춰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풀어준 것은 이란으로서는 상당한 성과다. 원유 제재 해제로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이란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60일간의 원유 제재 해제에는 이란이 유화적 조치로 화답하기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가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이란에 동결자금이 해제되면 미국산 농산물을 사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농가를 부유하게 하고 이란 국민의 배를 채운다는 점에서 '윈윈'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다.
미국으로서는 해제된 동결자금이 비밀리에 핵개발이나 테러 및 대리세력 지원 등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용처'를 제한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란이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IAEA 사찰을 놓고서도 회담 종료 후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와중에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 같이 더욱 중대하고 첨예한 비핵화 쟁점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MOU에 따라 설정된 60일의 기간은 양측의 핵심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란의 핵개발 야욕"이라며 "(첫 협상에서) 그런 문제들은 중심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IAEA 사찰단의 복귀는 여전히 핵문제의 해결과는 거리가 먼 문제"라고 짚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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