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20억달러 해제문제 합의·농산물 구매 의무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마무리하고 실무 합의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동결자산 해제 문제 등을 핵심 사안을 둘러싸고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란 타스님 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협상에서 이란 측 수석대표를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앞선 고위급 회담에서 동결자산 120억달러(약 18조5천억원) 해제 문제가 합의됐다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엑스를 통해 "이란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일부 동결자금이 해제됐으며 이란 재건 및 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MOU 체결 즉시 동결자산 가운데 120억달러를 선 해제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동결자금 해제는 이란의 핵 포기 이행에 연계돼있으며 MOU 서명 대가로 해제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최종 합의를 향한 협상 진전에 따라 동결 자금을 단계적으로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 측 주장에 따르면 이미 일부 자산에 대해 선 해제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동결자금 사용처를 둘러싼 이견도 노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제된 자금을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란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타스님 통신에 현재 합의된 조항에 따르면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의무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동결자금을 반드시 필수품 구매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재 대상이 아닌 다른 물품도 구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사용처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것은 MOU에 대한 자국 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을 달래려는 조치로 보이는데, 이란이 곧바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실제 이행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의 이란 복귀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뚜렷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MOU 체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IAEA의 핵사찰을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스위스 회담에서 핵 문제와 관련한 어떤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고 새로운 의무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2015년 핵 합의 때 IAEA의 사찰을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핵 합의에서 탈퇴하자 사찰을 제한했고,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자 사찰을 중단했다.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협상 때도 레바논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한때 협상이 파행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가까스로 봉합해 실무 합의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양측이 이처럼 주요 쟁점마다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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