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 총리와 소송전 끝 나토회의 참석(종합)

입력 2026-06-25 00:09  

체코 대통령, 총리와 소송전 끝 나토회의 참석(종합)
총리가 대표단서 제외…헌재 "참석 허용하라" 가처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육군 장성 출신 군사전문가인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를 상대로 소송을 낸 끝에 내달 7∼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체코 대표로 참석하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체코 헌법재판소는 24일 파벨 대통령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정부가 파벨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을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파벨 대통령은 바비시 정부가 자신을 나토 정상회의 대표단에서 빼자 전날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본안 결정 전까지 자신과 참모들의 회의 참석을 방해하지 말도록 명령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함께 냈다.
파벨 대통령은 과거 20차례 나토 정상회의 중 19차례 대통령이 대표단을 이끌었고 나머지 1차례는 대통령 건강 문제였다며 자신이 이번 회의에서도 체코를 대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 원수로서 권한 행사는 물론 이를 지키는 것도 내 의무다. 이는 나뿐 아니라 후임 대통령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인 체코에서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군 통수권을 갖지만 대외정책을 비롯한 실질적 권한은 대부분 내각에 있다. 파벨 대통령은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한다'는 헌법 63조를 소송 근거로 삼고 있다.
바비시 총리는 지난 22일 "이번 정상회의는 아주 특별하다"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올해 회의에 파벨 대통령을 빼고 자신이 대표로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 목표치에 미달하는 자국의 국방비 지출을 소명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직·간접 국방비용으로 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바비시 총리는 정부 예산을 민생에 써야 한다며 올해 국방비 지출을 이전 나토 목표치 2%에도 못 미치는 1.8%로 줄였다.

반면 체코군 참모총장과 나토 군사위원장을 지낸 파벨 대통령은 2024년부터 서방 각국에서 기부받은 돈으로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사다 주는 일명 '체코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등 나토 동맹에 적극적이다.
바비시 총리는 취임 이전 체코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탄약 공동구매 프로그램을 아예 폐기하겠다고 했다가 집권 이후 자국 예산을 끊었다. 파벨 대통령은 최근 다른 나라들도 재정 기여를 줄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2017∼2021년에도 총리를 지낸 바비시는 극우·포퓰리즘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작년 12월 재집권한 뒤 중도 성향 파벨 대통령을 고립시키며 갈등하고 있다. 파벨 대통령은 2023년 대선 당시 긍정당(ANO) 대표였던 바비시를 꺾고 당선됐다.
파벨 대통령은 올해 초 바비시 총리가 제안한 각료 후보를 네오나치 성향과 인종차별 혐의 수사 등을 이유로 거부하다가 페트르 마친카 외무장관에게서 '협박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국에서 파벨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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