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생환 소식에도…베네수 강진 사망자 속절없이 급증

입력 2026-06-29 10:32  

기적의 생환 소식에도…베네수 강진 사망자 속절없이 급증
닷새째 최소 1천450명 확인…실종자 여전히 수만명 추산
골든타임 종료…"물 있다면 생존" 옅은 희망 붙들고 수색
여진·인프라 손상 어려움 속 일부 구조→복구 전환 체념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강진 발생이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인명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간혹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이 들려오지만, 인명 구조의 분수령으로 통하는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사망자 수는 계속 급증하는 추세다.
28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날 기준 1천450명으로 집계됐다고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밝혔다.
확인된 사망자는 전날보다 20명 증가했다. 부상자는 3천150명, 이재민은 1만2천721명이며 건물 774채가 무너졌다고 그는 전했다.
다만 인명피해 규모는 향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실종자 수를 약 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39초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한 두 차례의 강진으로 무너진 수백채의 건물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
현재 세계 24개국에서 파견된 2천700명이 넘는 수색 구조 인력과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민들도 가족과 친구를 찾기 위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잔해 아래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지만, 이들은 무거운 콘크리트 상판을 옮길 수 없어 중장비가 도착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북부 해안 마을 카라바예다에서는 구조 대원들의 사투 끝에 절망을 뚫고 기적의 순간도 찾아왔다.
이날 미국·프랑스 구조팀은 굳게 닫힌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한 남성과 그의 10대 아들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콜롬비아 구조팀은 6시간 동안 고도의 정밀한 구조 작업을 벌여 3m 깊이의 무거운 잔해 아래 갇혔던 11세 소년을 구조해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 소년이 극적으로 구조되는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모든 생명은 베네수엘라에 희망의 근원"이라고 썼다. 앞서 그는 전날 잔해 수색 작업을 통해 33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후 생존 가능성이 높은 48∼72시간 '골든타임'은 지나도 음식과 물을 확보했다면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어 구조 대원들은 수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만 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추가 생존자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희미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골든타임'이 이미 지나 이제 수색 작업은 생존자 구조보다는 수습과 복구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스위스 구조팀을 이끄는 세바스티안 오그스터는 로이터에 "재난 이후 살아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전까지의 시간은 대략 72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80명으로 구성된 스위스 구조팀이 구조견 8마리의 도움을 받아 잔해 속에서 여러 명의 생존 신호를 포착했으나, 안타깝게도 이들을 제때 끌어내 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24일 첫 지진 발생 후 총 43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진 데다가 주요 인프라 피해도 심각해 구조 작업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강진 이후 공장, 정유소, 기업, 일반 가정 등에 대한 전력 공급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베네수엘라 최대 정유 시설인 아무아이 정유공장도 강진 여파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피해 지역 중에는 잔해 제거 작업이 시작조차 되지 않은 곳도 있다.
한 주민은 정부가 피해 지역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도로를 폐쇄해 실제로 구조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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