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에볼라, 문제는 바이러스 아니다…제도적 늑장대응이다

입력 2026-07-07 07:00  

[우분투칼럼] 에볼라, 문제는 바이러스 아니다…제도적 늑장대응이다

[우분투칼럼] 에볼라, 문제는 바이러스 아니다…제도적 늑장대응이다
최두영 고려대 아프리카연구센터 연구위원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이투리주. 광산으로 향하는 도로에 사람들이 오가며, 국경은 가깝고, 마을은 흩어져 있다. 보건소는 멀고, 무장 세력이 활동하는 지역에는 의료진이 들어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 사이 열이 난 환자는 가족을 만나고 시장을 지나 다른 마을로 옮긴다. 에볼라는 그렇게 퍼진다. 바이러스가 특별히 영리해서가 아니다. 그것을 막아설 제도가 늦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 같은 이름, 다른 바이러스의 경고
최근 민주콩고 동부에서 분디부조형 에볼라 유행이 빠르게 확산했고, 이와 역학적으로 연결된 사례가 우간다에서도 확인됐다. 우리에게 에볼라는 멀고 낯선 질병이다. 아프리카 중부의 분쟁 지역, 높은 치명률, 낯선 바이러스 이름이 겹치면서 이 사건은 우리와 무관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유행은 단순한 감염병 뉴스가 아니다. 감염병이 어떻게 한 사회의 약한 고리를 따라 움직이는지, 그리고 보건체계가 왜 사회의 기본 인프라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자이르형 에볼라가 아니라 분디부조형 에볼라다. 이 차이는 적지 않다. 자이르형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만, 분디부조형에는 허가된 백신도 특이한 치료제도 없다. 자이르형 백신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분디부조형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이르형 백신의 교차 보호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분디부조형 유행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왜 어떤 바이러스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있고, 어떤 바이러스에는 없는가. 이는 과학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돈과 우선순위의 문제다. 연구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임상시험에는 비용이 들며, 생산설비와 공급망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가난한 지역에서 반복되는 질병은 세계 시장에서 큰 수요로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위기가 닥친 뒤에야 우리는 묻는다. 왜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았는가.

◇ 감염병은 시간을 타고 움직인다
진단도 마찬가지다. 감염병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빨리 찾고, 빨리 격리하며, 빨리 접촉자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 진단체계가 특정 바이러스 형에 맞춰져 있거나, 검체가 제때 이동하지 못하거나, 검사 결과가 늦게 나오면 대응의 시간은 사라진다. 그 사이 환자는 가족을 만나고, 시장을 지나고, 국경 가까운 마을로 이동한다. 감염병은 행정 절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6월 하순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의 확진자는 1천명을 넘었다. 이번 유행은 기록상 두 번째로 큰 에볼라 유행으로 평가된다. 숫자가 커졌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가다. 분쟁, 실향민, 비공식 의료기관, 국경 이동, 광산경제, 부족한 보건 인프라가 겹치면 감염병 통계는 현실보다 늦게 도착한다. 유행은 이미 마을을 지나가고 있는데, 숫자는 그 뒤를 따라온다.

◇ 에볼라는 공기처럼 퍼지는 병이 아니다
에볼라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는 감염병이 아니다. 감염자의 혈액과 체액, 배설물, 구토물, 시신 등에 직접 접촉할 때 주로 전파된다. 그래서 일반적인 국제 이동만으로 세계 곳곳에 빠르게 번지는 병은 아니다. 우리 일반 시민이 일상에서 과도하게 겁낼 이유도 크지 않다. 그러나 이 말은 에볼라가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에볼라는 가족 돌봄, 병원 감염관리, 장례문화, 지역사회 신뢰 등과 깊게 연결된다.
환자는 병원에 가기 전 가족의 손에 맡겨진다. 의료진이 보호장비 없이 진료하면 위험에 노출된다. 장례 과정에서 시신을 만지거나 씻기면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에볼라 대응은 병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족과 마을, 장례, 이동, 신뢰 등의 문제로 확장된다.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곧 대응의 현장이 된다.



◇ 문제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제도다
문제는 '아프리카'가 아니다. 문제는 제도다. 민주콩고 동부는 오랜 분쟁과 무장세력 활동, 광산 경제, 국경 이동, 실향민 문제가 겹친 지역이다. 보건소가 부족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보건요원이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환자가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검체가 제때 검사되며, 접촉자가 추적되고, 무엇보다 주민이 보건당국의 말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들이 무너지면 감염병은 빠르게 사회적 위기로 번진다.

◇ 안전과 존엄은 충돌하지 않는다
에볼라를 설명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문화다. 에볼라 대응에서 장례 과정은 중요한 감염 위험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를 단순히 '비위생적 관습'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장례는 어느 사회에서나 가족과 공동체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존엄한 절차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갑자기 그 방식을 바꾸라고 하면 반발이 생긴다. 우리도 코로나19 때 병원 면회, 요양시설, 종교행사, 장례 등에서 문제를 겪었다. 사람들은 안전을 원하면서 동시에 존엄과 관계를 원했다. 아프리카 지역사회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에볼라 대응은 문화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안전하고 존엄한 방식을 만드는 일이다. 과학적 지침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명하고, 설득하며, 함께 정해야 한다. 감염병 대응의 핵심은 결국 신뢰다. 신뢰가 있으면 조기 신고가 늘어나고, 접촉자 추적이 쉬워지며, 의료진도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신뢰가 없으면 같은 예산, 같은 장비, 같은 지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 아프리카는 기다리기만 하지 않는다
이번 유행은 아프리카 보건체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만 보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아프리카 내부의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 우간다는 민주콩고와 연결된 사례를 확인했지만, 이후 지역사회 전파를 제한하는 데 비교적 빠르게 대응했다. 과거 여러 차례 에볼라를 겪으며 쌓은 경험과 감시체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를 찾아내고, 접촉자를 추적하며, 추가 확산을 막는 일은 외부 지원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오래 축적된 역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아프리카 CDC)도 이번 유행을 단순한 긴급 방역 사안으로만 보지 않는다. 대륙 차원의 공동 대응 계획을 세우고, 백신 생산과 의약품 제조, 감염병 연구개발, 보건 재정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변화다. 아프리카가 위기 때마다 외부의 백신과 치료제, 국제사회의 재원 약속을 기다리는 구조로는 반복되는 감염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감염병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재원은 늦게 들어오고, 의료진은 부족하며, 주민들은 이동한다. 국제사회가 지원을 약속하는 것과 현장에 돈이 도착하는 것은 다르다. 돈이 늦게 오면 검사는 늦어지고, 접촉자 추적은 끊기며, 의료진 보호도 약해진다. 감염병 대응에서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검사 키트이고, 보호복이다. 차량이고, 인력이며, 주민에게 설명할 시간이다.

◇ 보건은 비용이 아니라 인프라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다. 아프리카 보건체계가 스스로 버틸 수 있는 구조다. 보건은 비용이 아니라 인프라다. 도로와 항만이 경제성장의 기반이듯, 감시체계와 진단망은 생명을 지키는 기반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위기가 오면 그 사회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우리의 경우 이번 에볼라 유행을 일상적 공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발생지역과 우리나라 사이의 직접 왕래는 제한적이다. 에볼라는 공기 감염병도 아니다. 다만 국내 보건당국은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중점검역관리지역 지정, 입국자 건강 상태 확인, 의심 증상 신고 안내, 의료기관 대응체계 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국경을 닫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정보에 기반해 유입 가능성을 낮추고 의심 사례를 조기에 발견하려는 방식이다.



◇ 공포도 무관심도 답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도, 무관심도 아니다. 정확히 이해하고 차분히 준비하는 일이다. 우리도 메르스와 코로나19를 거치며 검역과 진단, 역학조사, 위험소통 등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 경험이 쓰일 자리가 있다면, 아프리카 보건위기를 긴급구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제도를 함께 세우는 파트너십으로 접근하는 일일 것이다. 다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프리카 자체의 보건체계가 있어야 한다.
에볼라는 멀리 있다. 그러나 에볼라가 던지는 질문은 멀리 있지 않다. 문제는 아프리카가 아니다. 문제는 늦은 진단과 부족한 재원, 취약한 보건체계, 불평등한 백신 생산, 그리고 지역사회와 제도 사이의 신뢰 부족 등이다.
아프리카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보건체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이미 시작된 변화를 보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겁먹는 일이 아니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고, 이해한 만큼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최두영 박사
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시아·아프리카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겸임교수, 국제개발협력학회 아프리카위원장,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경제학 박사. 주에티오피아 대사관 전문직 행정원 역임, '아프리카 비즈니스 환경과 시장 진출 전략', '동아프리카 스타트업 시장분석' 등 아프리카 경제 및 디지털 전환에 관한 다수 논문과 보고서 집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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