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 속 20년간 '경제대통령'…벨라르데 페루중앙은행 총재

입력 2026-07-08 01:34  

정치불안 속 20년간 '경제대통령'…벨라르데 페루중앙은행 총재
후지모리 당선인, 벨라르데 차기 총재로 지명…5년 더 이끌 듯
라틴아메리카 최장수 중앙은행 총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정계의 극심한 격랑 속에서도 페루에서 20년째 '통화 권력'을 유지하는 이가 있다. 훌리오 벨라르데(74) 페루 중앙은행 총재다.
벨라르데 총재는 6일(현지시간) 보수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 후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됐다. 후지모리 당선인이 지난달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의 승자로 공식 선언된 지 사흘 만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벨라르데 총재는 지난 2006년 9월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된 후 20년째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다. 18년 5개월을 재임한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보다도 더 긴 세월을 통화정책에 관여한 셈이다. 특히 초인플레이션이 빈번한 라틴아메리카에서 20년간 중앙은행장을 역임한 건 그가 유일하다.
대통령이 수시로 탄핵당하고 장관이 몇 달 만에 옷을 벗는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그가 20년간 통화정책의 수장을 맡고 있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의 재임 기간 거쳐 간 대통령만 10명, 재무장관은 20명이 넘는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탁월한 능력 덕택이다. 고질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페루는 그의 취임 후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에도 소비자 물가를 중앙은행 목표치(1~3%) 이내인 1.5%로 잡아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 속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대통령 교체를 포함한 정치적 격동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시장의 찬사를 받았고, 페루의 인플레이션율을 중남미 최저 수준으로 묶어두는 데 기여했다.
오랫동안 중앙은행 수장으로 군림한 그는 5년 전부터 은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작년에는 아드리안 아르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파울 카스티요 총괄본부장 등을 차기 중앙은행 총재로 고려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까지 했다.
벨라르데 총재는 이날 후지모리 당선인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상황이었다면 수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수락한다"며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후지모리 당선인은 "(페루의) 인플레이션 관리와 통화 안정성에 관한 지표들이 매우 성공적이며, 이는 지금 제 옆에 앉아 계신 위대한 분의 노력 덕분"이라며 벨라르데를 치켜세웠다. 아울러 그의 잔류가 페루 국민은 물론 대외 금융기관들에도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벨라르데의 지명은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페루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는 5년으로 대통령 임기와 같으며,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 의해 교체되거나 연임될 수 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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