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밖 일상 공간으로 확산…입양 상담·모임·산책 봉사 연계
"생명 존중 문화 긍정적…동물 스트레스 줄일 운영 기준도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세린 기자 = 최근 카페와 책방, 산책 봉사 프로그램 등 일상에서 유기동물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늘면서 입양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보호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 공고를 통해 입양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상 공간에서 충분히 교감한 뒤 입양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는 음료를 마시며 유기견과 교감하고 입양 상담까지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카페에는 동물보호단체 포포즈 등을 통해 인도받아 임시 보호 중인 유기견 7마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던 강아지들이 시간이 지나자 경계를 풀고 방문객의 허벅지 위에 올라와 잠이 들기도 했다.

매장 벽면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 공고문이 붙어 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해외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난 강아지들의 입양 사례도 소개돼 있었다.
이곳 직원은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 후 들르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한 신혼부부가 특정 유기견과 꾸준히 교감하기 위해 여러 차례 방문한 끝에 실제 입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책방은 유기동물 임시보호 플랫폼 '핌피바이러스'와 협업해 동물권과 환경, 공존을 주제로 한 책을 소개하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동물들과 함께하는 낭독·필사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서울 중랑구에서 카페 수익금을 동물보호센터 운영비로 사용하는 카페를 운영 중이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는 서울 마포구에서 음료 취식이 가능한 카페를 운영하며 입양 문화를 알리고 있다.
포인핸드가 운영하는 '포어답션 교감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된 사회화 시기의 강아지들이 사람과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산책과 교감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포인핸드 관계자는 "사회화 시기에 사람과 충분한 교감을 경험한 강아지는 입양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산책 봉사 역시 입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기동물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교감할 기회가 늘면서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분양받기보다 보호동물을 입양하려는 문화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보호소에서 사회화 시기를 보내는 유기동물 상당수는 사람과 충분히 교감하지 못하거나 질병과 스트레스 등으로 폐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포인핸드의 '2026 전국 유기동물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공고된 유기동물은 4만2천여마리였다. 이 가운데 1만1천여마리(약 26%)가 실제 입양으로 이어졌다.
나머지 9천750마리(23%)는 여전히 보호 중이었고, 9천마리(21%)는 자연사했으며 5천100마리(12%)는 안락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한 유기동물이 여전히 많은 셈이다.

유기동물과 교류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동물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인천 중구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겸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업장은 지난달 말 공지문을 올리고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가진 만큼 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며 유기동물의 정서적 안정과 안전을 고려해 운영 방식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방문객이 급격히 늘면서 평소 사람을 잘 따르던 강아지들이 짖거나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 등 스트레스 반응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유기동물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생명 존중과 입양 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체험 공간이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되지 않도록 운영 기준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과의 만남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교감, 책임 있는 입양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때 공간의 사회적 가치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the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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