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무풍지대' 깨진 대기업 SI 업계…집단 대응 본격화 예고

입력 2026-07-12 07:00  

'노조 무풍지대' 깨진 대기업 SI 업계…집단 대응 본격화 예고

'노조 무풍지대' 깨진 대기업 SI 업계…집단 대응 본격화 예고
삼성SDS 노조 출범 후 현대오토에버·신세계아이앤씨로 확산
AI·클라우드 산업 재편 속 보상·고용 불안 영향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대기업 계열 IT서비스(SI) 업계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잇따르며 그간 '노조 무풍지대'로 불리던 산업 지형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SDS에서 창사 첫 과반 노조가 출범해 단체교섭에 착수한 데 이어, 현대오토에버[307950]와 신세계아이앤씨에서도 노조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노사 관계의 축이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현대차·신세계 그룹 'SI 3사' 잇따른 노조 출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SDS 지부는 지난 6일 공식 출범 이후 하루 만인 7일 조합원 5천650명을 확보해 전체 임직원 과반을 넘어섰다. 현재는 약 6천100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준희 삼성SDS 대표에게 단체교섭 요구서를 제출했고, 회사도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내며 협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IT서비스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도 지난 8일 전사 공지를 통해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산하 노조 출범을 공식화했다.
현대오토에버노조 준비위원회는 "노동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추구하기 위해 현대오토에버지회 노조의 출범을 선포한다"며 보상 체계와 인사평가, 조직문화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신세계그룹 IT서비스 기업 신세계아이앤씨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는 지난 8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설립 필증을 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노총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 소속으로 고용안정과 공정 보상, 의사결정 투명성 확보를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이 밖에 SK AX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두고 있으나 활동은 적극적이지 않은 편으로 알려진다.
LG CNS는 노조가 없는 대신 노사협의기구인 노경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 성과급·처우·이직 제한…노조 출범 배경 기업별로 달랐다
SI 업계는 그동안 높은 이직률과 유연한 인력 이동 구조로 인해 노조 조직화가 쉽지 않았던 산업으로 꼽힌다.
한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이 업종은 경쟁 기업 간 이동이 자유롭고, 경력을 쌓은 뒤 프리랜서로 전환해 보상을 높이는 선택지도 많다"며 "개인이 이직으로 처우를 개선하는 경향이 강해 집단행동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처럼 장기근속을 기반으로 한 조직 문화와 달리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이직 자체가 주요한 협상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노조 출범의 직접적인 계기는 기업별로 다르다.
삼성SDS에서는 성과급 제도 개편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회사는 기존 현금 목표 인센티브(PI)를 폐지하고 연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상 체계를 바꾸려 했으나,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장기근속자와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하는 젊은 직원 모두의 반발을 샀다.
결국 지난 7일까지 진행된 찬반 투표에서 동의율이 40%에 그치며 개편안은 부결됐고,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임직원 여러분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렸어야 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합병 이후 누적된 내부 처우 격차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대오토에버는 2021년 내비게이션·정밀 지도 구축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와 차량용 반도체·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전문사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한 회사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출신 조직 간 보상 차이와 갈등이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된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합병 이후 기존 현대오토에버와 타 계열사 출신 직원 간 처우 격차로 인한 내부 갈등이 누적된 것으로 안다"며 "일부 사업부의 구조 개편 우려까지 겹치면서 올 초부터 내부적으로 노조 논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신세계아이앤씨의 경우 유통 특화 IT서비스 기업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그룹사 의존도가 높은 데다 유통 분야에 특화된 사업 구조로 동종 업계로의 이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되면서 내부에서는 노조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전언이다.
노조 역시 일부 조직개편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운영(SM) 조직 개편과 외주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AI·클라우드 재편 속 처우 압박 커진다
이번 잇단 노조 출범은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SI 기업의 사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업 전환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와 보상 체계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구성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이를 집단으로 표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I 업계는 전통적으로 사람 중심 산업인 만큼 사업 구조 변화가 곧 인력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AI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처우와 고용 안정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고 노조 설립 움직임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wonh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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