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개혁 과정서 총사령관과 갈등…젤렌스키 리더십 시험대
키이우서 1천여명, 교체 반대 시위…드론전 핵심 지휘관도 항의 사임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드론 중심의 군 전력 개편을 추진해 온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군 기득권 세력과 갈등 끝에 해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군의 핵심인 드론전 지휘관이 반발해 사임하고 전시 상황에서는 드물게 반대 시위까지 확산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적 시험대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국방장관으로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사임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드론 투자 확대, 러시아의 스타링크 사용 무력화 등이 주요 성과였다고 자평했다.
이번 국방장관의 교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2일 예고한 내각 개편에 따른 것이다. 새 총리에는 국영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즈의 세르히이 코레츠키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됐다.
35세인 페도로우 장관은 올해 1월 임명된 이후 드론 중심의 군 전력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크라이나 군이 주로 사용했던 중국산 전투 드론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드론 개발에 착수했고 인공지능(AI) 무기와 방위 시스템 개발에도 힘을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최근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드론을 앞세워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 페도로우 장관을 꼽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국방 조달 체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군 기득권 세력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징병 제도 개편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개각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페도로우 장관은 이날 아직 완료되지 않은 과제 중 하나로 "국방부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준과 상식에 맞게 개혁하는 작업"을 꼽았다.

페도로우 장관의 교체 방침이 알려지면서 반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페도로우 장관의 교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키이우에서는 1천명이 넘는 시위대가 대통령실 앞에 모여 "부끄러운 일이다", "페도로우를 복귀시켜라" 등 구호를 외쳤다.
우크라이나 공군 부사령관이자 드론전의 핵심 지휘관인 파블로 옐리자로우는 국방장관 교체에 항의하며 사임했다. 그는 "국방장관의 경질이 우크라이나 국방에 엄청난 해악"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소속인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의원도 "페도로우 장관은 국방부의 진정한 개혁에 대한 희망이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페도로우 장관은 반발 여론이 커지자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군과의 갈등이 급작스러운 교체의 원인이 됐음을 시사했다. 60세인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2022년 2월 키이우 방어를 지휘하고 7개월 뒤 하르키우 반격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페도로우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러시아를 어떻게 물리칠지 고민하는 대신 나라를 어떻게 분열시킬지만 궁리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고문직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방장관 교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자 교체 방침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국방장관 후임에 이호르 클리멘코 내무장관이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에 "클리멘코 장관은 후보 중 하나"라며 "아직 의회에 공식적으로 제출된 인선안은 없으며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번 개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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