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수주 공백·중동향 계약지연 우려에 방산 5사, 고점대비 30∼60%대 내려
증권가 "주가 눌렸지만 펀더멘털 부담 없어…하반기 유럽·미국발 수주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올해 상반기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급등했던 국내 방산주가 최근에는 연초대비 코스피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각국의 무기 수요와 국방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방산주를 끌어올린다.
다만 지난 2월 말부터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4개월 이상 장기화하면서 발주국의 재정 부담과 사업 불확실성에 실제 계약 체결이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한국항공우주[047810], 한화시스템[272210],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079550] 등 주요 방산 5사의 지난 16일 종가는 지난해 말 대비 단순 평균 22.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4,214.17에서 6,820.60으로 61.9%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약 39%포인트(p) 낮다.
종목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94만1천원에서 지난 16일 94만3천원으로 0.21%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로템은 18만7천900원에서 15만9천원으로 15.38% 하락했다.
한국항공우주는 11만4천400원에서 14만9천200원으로 30.42%, 한화시스템은 5만4천400원에서 6만5천500원으로 20.40% 각각 올랐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42만1천원에서 74만9천원으로 77.91% 올라 5개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코스피 상승률을 웃돌았다.
다만 이들 종목이 연초부터 줄곧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한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4일 165만5천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다 지난 16일 94만3천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고점 대비 43% 내렸다.
현대로템도 지난 4월 30일 기록한 고점 28만2천원과 비교해 44% 하락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 3월 3일 고점 21만5천500원에서 31% 내렸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 4일 기록한 18만4천원에서 64% 급락했고,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4월 22일 고점 111만8천원 대비 33% 조정받았다.
방산 5사의 고점 대비 하락률은 단순 평균 43%에 달한다.
이달 들어 미국과 이란이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폐기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상선 공격과 보복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산주는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방산주의 약세 배경으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현지 계약 지연 가능성을 비롯해 대형 수주 공백과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 불발에 따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시장 진입장벽 우려 등을 꼽는다.

강태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란 전쟁의 장기화는 중동 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한국 방위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가 안정화돼야 계약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신규 수주의 지연"이라며 "한국 방산 기업의 장기 실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5사 모두 지속적인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정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종전이 이뤄져야 국내 방산업체들의 중동 사업이 가속할 수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중동 국가들도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은 국내 방산업체에 주요한 시장인데,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중동발 수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함정 사업을 추진하는 조선업체도 전쟁 장기화가 무조건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평화로운 상태에서 전쟁이 터지면 방산 관련 주가가 급등하며 오버슈팅이 나타나지만, 전쟁이 길어진다고 해서 이를 계속 새로운 호재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이 '원팀'으로 CPSP 수주 경쟁에 나섰지만, 캐나다 측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조선사를 최종 선정하면서 수주하지 못하게 된 것을 두고 증권가는 '아쉽지만, 과대 해석하지는 말자'는 분위기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수주 불발이 국내 방산업체 전체의 나토 시장 진입 한계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최 연구원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나토 국가 간 공동조달과 기존 MRO(유지·보수·운영) 체계가 영향을 준 사업인 만큼, 분야별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며 "지상 방산의 경우 K9이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 이미 운용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주가는 눌렸지만, 방산업체의 실적과 장기 수주 환경까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에는 스페인 K9 자주포 공동개발 사업과 미국의 입찰 등 중동 이외 지역에서 수주 결과가 잇달아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현재 방산주 주가가 상당히 눌려있고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전혀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다"며 "하반기에는 중동 이외 지역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수주가 있고, 방산업 내 수주가 하반기에 집중되는 계절적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willo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