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원작 낭독공연…한국인 첫 교황청 명예극장 무대
이자벨 위페르와 호흡…"신인 여배우 된 느낌, 관객이 공연 수준 만든다고 생각"

(아비뇽<프랑스>=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프랑스 낭독공연으로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선 배우 이혜영은 16일(현지시간) "한국의 대표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공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이날 아비뇽의 한 극장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경과 소감 등을 밝혔다.
이혜영은 전날 아비뇽 페스티벌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인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프랑스 연출가의 낭독공연 '새'를 처음 선보였다.
두 배우는 각각 소설 속 경하와 인선을 맡아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두 인물의 독백과 대화를 풀어냈다.
한국인이 교황청 명예극장 무대에 선 건 이혜영이 처음이다.
이혜영은 "나는 영어도 불어도 못해서 해외 무대에서는 공연할 수 없겠다, 해외 연출가와 작업하는 일은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아비뇽 페스티벌 조직위 측에서 공연 섭외 연락이 와서 너무 반가웠고, 특히 한강의 작품인 데다 무엇보다 한국어가 초청언어라고 해서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이어 "낭독회라고 해서 멋진 드레스 우아하게 입고 가서 책만 읽다가 오면 되는 줄 알았다. 정말 쉽게 생각했다"며 "그런데 연출가가 (내게) 다큐 감독이자 목공 일을 하는 인선 역을 맡기면서 옷도 목수처럼 입고 공연에서도 살아있게 말을 해달라고 해 완전히 다른 숙제가 됐다"고 회상했다.
이혜영은 프랑스어와 한국어가 교차하는 이번 공연을 실수 없이 해내기 위해 언어 애플리케이션으로 프랑스어를 1년가량 공부했다고 한다.
이자벨 위페르와 직접 '합'을 맞춰볼 기회는 안타깝게도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전날 공연에선 두 사람 사이에 사인이 맞지 않아 몇 초간 무대 위에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다.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뜨거웠다.
이혜영은 "이번에 느낀 건 우선 관객들의 태도로, 호기심과 예술에 대한 경외심이 있다는 걸 느꼈다"며 "이 더위와 긴 여행에도 공연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 바로 이거구나, 내가 잘해서, 우리 공연이 너무 훌륭해서가 아니라 이 관객들이 공연 수준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대에 선 게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이혜영은 이자벨 위페르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행자의 필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큰 무대에서 라이브로 열리는 낭독공연을 함께하는 건 또 다른 경험이었다.
그는 "저보다 경험 많고 세계적인 여배우와 함께 일하면서 신인 여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한국 관객을 위해 무대에 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연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한국말로 공연하니, 전체 관객 2천명 중에 한국인이 불과 몇 명만 왔다 해도 그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공연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공연을 본 한국 관객들이 감동했다면 "그걸로 됐다"고 만족해했다.
'새'는 16일 2회차 공연을 하고 올해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