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메르츠, 전투기 공동개발 좌초 딛고 국방협력 타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독일이 프랑스가 실시하는 핵 훈련에 참가할 것이라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양국 공동 각료회의 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국방 협력을 심화하고 있으며, 유럽의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프랑스가 실시하는 핵 훈련에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쾰른 인근 뇌르베니히 공군 기지의 정비 격납고에서 양국 국방·안보위원회 회의를 주재해 독일의 프랑스 핵 훈련 참여를 공식 승인했다.
메르츠 총리는 회의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독일은 프랑스가 제안한 핵 억지력 협력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감으로써 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원칙'(doctrine)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시점에서 그렇게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dpa 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양국 외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동석했다. 행사장에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와 독일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가 각각 2대씩 배치됐다. 이들 전투기는 전날인 16일 양국 핵 협력의 실질적인 시작을 알리는 소규모 훈련에도 참가했다.
영국을 제외하면 서유럽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수년 전부터 유럽 국가들에 프랑스의 '핵우산'에 들어올 것을 제안해 왔다.
독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억지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의 핵폭탄이 배치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프랑스와의 협력은 나토의 핵 억지 체제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성격으로 풀이된다고 dpa는 짚었다. 프랑스는 이미 영국과도 핵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현재까지 프랑스의 핵우산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유럽 국가는 독일 외에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7개국이다.
이번 독일·프랑스 국방·안보위원회는 두 나라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인 '미래전투공동체계'(FCAS)가 두 나라 업체 간 지분 갈등과 사양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근 좌초된 후 양국 국방 협력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차원에서 열렸다.
특히 내년 봄 대선을 앞둔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친러시아·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이 대권을 거머쥘 경우 유럽 안보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독일과의 국방 협력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AFP통신은 해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양국의 강점을 결집한 강력한 유럽을 만드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면서 "양국 국방 협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FP는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레이더 시스템,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 분야의 협력 강화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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