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정치 양극화 심하면 보수·진보 모두 중도파를 상대편 간주"

입력 2026-07-28 05:00  

[사이테크+] "정치 양극화 심하면 보수·진보 모두 중도파를 상대편 간주"

[사이테크+] "정치 양극화 심하면 보수·진보 모두 중도파를 상대편 간주"
美 연구팀 "반대 진영에 위협 느낄수록 중도파 불신하고 상대편으로 인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양극화로 인해 반대 진영이 위협적으로 느껴질수록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중도파를 불신하고 상대편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대 줄리아 마이모네 박사팀은 28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실험심리학(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서 미국인 3천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5건의 온라인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정치적 쟁점을 도덕적 문제로 여기고, 반대 진영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할수록 중도적 입장을 상대 진영에 속한 것으로 판단하는 '중도파의 외집단 효과'(moderate as out-group effect)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중도적인 견해가 폭넓은 대중적 호소력을 가진다고 여기며, 정치적으로도 중도나 온건한 입장이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고 양측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연구팀은 그러나 지금까지 양극화된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보수·진보 진영이 서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았으나, 특정 진영 사람들이 중도파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미국 성인 3천27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험 5건을 진행, 낙태와 미국 대통령선거 등 사회·정치적 쟁점에서 진보·보수 성향 사람들이 중도파나 절충 정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조사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임신 초기(제1 삼분기) 낙태 허용 정책을 절충적 정책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진보·중도·보수 성향 사람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정치적 중립 성향 참가자들은 이를 중도적 절충안으로 평가했으나, 보수 성향 사람들은 이를 낙태 찬성으로 평가했고, 진보 성향 사람들은 이를 낙태 반대 정책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 삼분기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절충적 정책을 지지하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물은 두 번째 실험에서는 진보 성향 사람들은 그 인물을 낙태 반대 성향으로, 보수 진영 사람들은 그 사람을 낙태 찬성 성향으로 분류했다.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 닷새 전 실시된 세 번째 실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를 똑같이 지지하는 가상 인물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그 결과 정치적 쟁점을 도덕적 문제로 인식하고, 반대 진영이 자신이나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중도파를 상대 진영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현상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나타났다.
진보 성향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네 번째 실험에서는 트럼프 또는 해리스에 대해 중도적 입장을 보이는 가상 인물에 대한 평가를 통해, 다섯번째 실험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양시론과 양비론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런 현상의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진보 성향 참가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중도적 입장을 보수 성향으로 평가했다. 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모두가 '양쪽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양시론을 반대 진영으로 분류했으나 '양쪽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양비론에 대해서는 이런 경향이 크게 약해졌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사람들이 '우리 편을 충분히 지지하지 않는다'기보다 '상대편을 충분히 비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집단을 판단하는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타협과 협상, 연합 형성에 크게 의존하며, 중도파는 서로 다른 정치 진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 연구는 양극화가 심해지면 타협 자체가 충성심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마이모네 박사는 "정치적 양극화는 반대 진영뿐 아니라 중도파에 대한 불신까지 확산시키면서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적 논쟁에서 도덕적 비난을 줄이고 상대를 덜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 타협과 협력이 사회적으로 더 받아들여질 수 있고,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Giulia Maimone et al., 'Whoever Is Not With Me Is Against Me: The 'Moderate as Out-Group' Effect', https://www.apa.org/pubs/journals/releases/xge-xge0001957.pdf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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