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3원칙 견지' 미래지향 슬쩍 뺀 日총리…수정야욕 스멀스멀

입력 2026-08-06 12:16  

'비핵3원칙 견지' 미래지향 슬쩍 뺀 日총리…수정야욕 스멀스멀

'비핵3원칙 견지' 미래지향 슬쩍 뺀 日총리…수정야욕 스멀스멀
히로시마 원폭 위령식 인사말 '견지하면서→견지하고 있으며' 변화
野 "결의 뺀 현상설명에 그쳐" 비판…여권선 '핵공유 허용해야'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6일 원폭 투하 기념식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해 한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사실상 일본의 '국시'(國是)로 간주돼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81년을 맞아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일본이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堅持しており)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사명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 총리들이 같은 기념식에서 썼던 '견지하면서'라는 표현과 차이가 있다. 앞선 표현들이 견지하겠다는 미래지향성을 담고 있는 것과 달리, 현재 상황만 설명하는 수준으로 읽힌다.
이시바 시게루 직전 총리는 작년 기념식에서 "3원칙을 견지하면서(堅持しながら) 핵무기가 없는 세계 실현을 향한 노력을 주도하겠다"고 했고,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차 집권 기간(2012~2020년) 3원칙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던 2015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3원칙을 견지하면서(堅持しつつ) 국제사회의 노력을 리드해 가겠다"는 표현을 썼다.
이런 표현 변화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이전 총리들이 앞으로 견지하겠다는 방향성을 표현했지만, 오늘 표현은 견지하고 있다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수준에 머문 것"이라며 "3원칙 수정이 지론인 다카이치 총리의 의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맡았던 2022년 비핵 3원칙 중 하나인 '반입하지 않는다'와 관련해 "유사시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핵을 탑재한 미국의 함정이 기항도 못하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연내 추진 중인 안보관련 3문서 개정시 비핵3원칙을 재검토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미래를 향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쓰는 방식에 대한 예단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들어 정부와 여권에서는 재검토 논의에 대해 군불을 때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한 인터넷 방송에서 프랑스의 핵전력 강화와 핀란드의 핵무기 반입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도 "위기감을 갖고 모든 정책을 금기 없이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는 지난 6월 정부에 미국 핵우산에 의한 확장 억지력을 강조하며 반입금지 원칙의 재검토를 염두에 둔 현실적인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기념식 발언에 대해 야권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오가와 준야 중도개혁연합 대표는 "비핵 3원칙에 대해 언급한 것은 잘한 것이지만 현상설명에 그쳤다. 앞으로도 견지하겠다는 결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고,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역시 "현실적인 안전보장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3원칙은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요시타 나라히코 전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교도통신에 "다카이치 정권에서 비핵3원칙을 수정해 핵공유 등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핵공유는 핵의 이양을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반한다"며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은 '트럼프의 핵우산'에서 이탈해 핵군축을 호소하는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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