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2명 해친 뒤 학교서 범행…FBI·총기에 관심, 괴롭힘당했다는 증언도
총리 "학교 스트레스로 계획범죄…일반인 총기소지 제한 규제 추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태국 방콕 북서쪽 외곽 논타부리주에서 7일(현지시간) 10대 중학생이 총기로 자신의 조부모를 살해한 뒤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 교직원 최소 5명을 숨지게 했다.
태국 경찰에 따르면 이날 논타부리주 '뎁시린 논타부리 스쿨'에 다니는 14살 중학생이 자신의 집에서 조부·조모를 조부의 권총으로 살해하고 나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학교에 와서 총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교사 등 교직원 5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고 경찰은 AP·AFP 통신에 밝혔다.
이번 사건 이후 학교를 긴급 방문한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부상자 중 9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혀 인명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용의자는 학교에서 최소 26발의 총격을 가했으며, 현장에서는 탄피 26개와 발사되지 않은 실탄 34발이 발견됐다.

그는 총을 난사한 뒤 학교 내 건물 3층에 바리케이드를 쳐 농성을 벌이면서 경찰의 현장 진입을 막다가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영상에는 보라색 교복을 입고 검은색 크로스백을 멘 용의자의 모습, 총격이 벌어지는 동안 학생들이 교실에서 달아나거나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고 창문을 통해 건물 밖 좁은 난간으로 기어나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12학년 학생 빠와리사 메일리사는 "여러 발의 총성이 아주 크게 들려 용의자가 바로 우리 위층에 있는 듯했다"면서 "총알이 바닥에 박히는 소리까지 들렸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이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내 꿈을 좇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다른 목격자는 학교 다른 건물에서 총성이 들리자 학생들이 교실 안으로 몸을 숨겼고, 이후 출동한 경찰관들이 문을 두드려 이들을 대피시켰다고 AP 통신에 전했다.
오토바이 택시 기사 통차이 타나캇은 학교 밖에서 승객을 기다리다가 10발 이상의 총성을 들었고 학생들이 급히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AFP에 말했다.
그는 "신발조차 신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면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한 학생의 시신을 봤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아버지 등을 상대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누틴 총리는 "경찰이 용의자와 가까운 친구를 조사한 결과 용의자가 학교와 관련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그의 행동을 보면 이번 사건을 분명히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용의자의 총에 맞을 뻔했다는 학생 뿌린 쿰추(17)는 AFP에 "그는 내 후배였지만 문제아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그를 알던 내 친구들은 그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총기에 관심이 많았고 다른 여러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를 향해 총을 겨눈 그를 봤을 때 오랫동안 훈련받은 것처럼 매우 프로페셔널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아누틴 총리는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끔찍하다"면서 "숨진 이들과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관계 당국에 피해자 지원 조치를 지시하고 근무 중인 공무원 외 일반인의 총기 휴대를 제한하는 총기 규제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AFP에 따르면 이날 학교에 정신건강 전문가 10여명이 도착했으며, 태국 교육부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교육기관의 보안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10월 전직 경찰관이 2022년 10월 태국 북동부 농부아람푸주 어린이집에서 총기와 흉기로 어린이 20여명 등 37명을 살해한 참사 이후 태국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낳은 대량 살인 사례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동남아에서 총기가 매우 많이 퍼진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태국에서는 총기를 이용한 대형 강력 사건이 발생하곤 한다.
지난 2월에는 태국 남부 송클라주 핫야이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소지한 17세 소년이 인질극을 벌인 끝에 이 학교 교장을 총격 살해하고 여학생 1명을 다치게 했다.
작년 7월에는 방콕의 유명 시장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경비원 5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또 2023년 10월에는 방콕의 유명 쇼핑몰인 시암파라곤에서 14세 소년이 마구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에 총기 규제 강화 요구가 일었지만, 아직 뚜렷한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태국에서는 인구 7명당 1정꼴인 약 1천만 정의 총기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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