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계기 호르무즈 의존도 낮추기 나서…홍해 안전성은 새 과제
한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 저장시설 확보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중동 산유국들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들은 앞으로 미국과 이란 간에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전쟁을 통해 깨달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바닷길이다. 2월 28일 시작된 이번 전쟁 이전에는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은 크게 위축됐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전쟁 이전 하루 2천만 배럴에서 현재 370만 배럴로 급감했다.
걸프 국가들은 기뢰가 설치되고 드론·미사일 공격이 난무하는 호르무즈 해협 의존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도록 송유관과 관련 인프라를 건설·확장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원유 저장 능력도 대폭 늘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오만만 연안의 푸자이라에서는 아부다비 육상 유전을 잇는 제2의 원유 수송관을 깔기 위해 24시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우회 수송 능력이 하루 360만 배럴로 2배 늘어나 아부다비 육상 원유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국제 유조선에 실을 수 있게 된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가스 사업 확장에 82억 달러(약 11조6천억원)를 투입하는 한편, 동부 해안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을 신설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아라비아반도를 횡단해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로 이어지는 1천201㎞ 길이의 '동서 파이프라인' 확장 공사를 가속화하고 있다.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은 이 송유관을 사우디 경제의 "생명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폐쇄한 뒤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약 700만배럴의 원유를 우회 수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디 당국은 여기에 하루 100만∼200만배럴을 추가로 수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제유 제품을 운송할 수 있는 소규모 병렬 송유관까지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사우디 및 아랍 국가들과 손잡고 홍해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논의 중이다. 이라크와 요르단도 하루 100만 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아카바항 연결 파이프라인 사업을 재가동했다.
걸프 산유국들은 원격 비축 기지 확보에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꽉 막히더라도 소비지 근처에 미리 원유를 쌓아두겠다는 전략에 따라 한국, 일본, 인도 등의 석유 저장시설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우회 전략'이 완벽한 해법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NYT는 지적했다.
최근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실제로 11일에도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선박을 공격해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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